[총선 D-4] 인내심 한계 온 김종인… 황교안에 "지도부, 쓸데없는 소리 말라 지시해라"
[총선 D-4] 인내심 한계 온 김종인… 황교안에 "지도부, 쓸데없는 소리 말라 지시해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11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복 총괄본부장, n번방 與 인사 연루설에 "입 다물고 있어야 선거에 도움"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황교안 선거사무소에서 황교안 대표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황교안 선거사무소에서 황교안 대표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1일 황교안 대표에게 '당 지도부의 말 조심'을 지시하라고 촉구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이날 황 대표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실에서 "당 지도부에 '제발 좀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아 달라'고 지시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언급하며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텔레그램) n번방 사태 같은 정확한 확신도 없는 걸 자꾸 얘기하면 혼란스러움만 일으키고, 쓸데없이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는 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에 대해 "가급적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하라"며 "다른 일을 못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음으로써 선거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전날 여권 인사 연루설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제보를 주말쯤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폭로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작 정치'를 거론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즉각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또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n번방 언급과 관련해 이 본부장에게 경고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도 "n번방 관련자에 대해선 참여한 사람이든 주도한 사람이든 최대한의 엄벌을 해야 한다"며 직설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날 회동에선 전날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세월호 천막' 막말 논란을 부른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에 대해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김 총괄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윤리위가 그런 식으로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미 정치적으로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으면 정치 상황과 선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무슨 재판하는 식으로 '요건이 되냐, 안 되냐' 하며 소란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선 "어제 저녁 입장문을 내서 정리했다"고 일축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밤늦게 입장문을 배포하고 "차 후보는 더는 우리 당 후보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차 후보는 최근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 사건이라고 아는가"라며 "지난 2018년 5월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다만 토론회에서 맞붙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가 당시 "세월호 사건을 신성시하지 않는 쪽은 짐승"이라고 칭했다는 게 차 후보 진술이다.

김 총괄위원장은 사태가 불거지자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리면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말을 내뱉었다"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어 "(당 차원에서) 그런 일이 다신 없을 것이라 약속드린다"며 윤리위의 엄정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통합당 윤리위는 이날 오전 2차 회의를 실시한 후 차 후보에 대해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사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요구한 '제명'보다 한 단계 아래 조치를 내린 것이다.

반면 황 대표는 같은 날 본인이 출마한 서울 종로 일대 유세 중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윤리위는 윤리위대로 독자적인 권한이 있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조금 더 숙의하고 관계 등을 살펴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해 김 총괄위원장과 다소 입장이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한편 김 총괄위원장은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지난 3년간 정부의 여러 실책에 대한 판단으로 야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줄어든 것을 보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