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치료제, 백신 못지 않게 중요… 보급 위해 협력"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의 통화에서 "감염병에 취약한 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백신 개발·보급 등의 분야에서 재단 측과의 협력을 보다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빌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빌 게이츠 이사장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2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이번 통화는 빌 게이츠 이사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먼저 빌 게이츠 이사장에게 "워싱턴 주정부의 자택대기령에 따라 요즘 자택에서 근무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전화로나마 처음 인사를 하게 되어 반갑다"며 "통화를 제의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에 감사드리고 싶었다"며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지도력을 보여줬고, 본인 역시 한국의 대응을 보고 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여러 계기에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해주셔서 깊이 감사하다"며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개방성·투명성·민주성 3대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고 있고,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인적·물적 이동의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는 아시아 지역 국가로는 최초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공여했고, 올해부터는 감염병혁신연합(CEPI)에도 기여할 계획"이라며 "게이츠 재단도 GAVI와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등 국제기구를 후원하고 있고, 우리 정부와도 함께 '라이트펀드(Right Fund)'에 공동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GAVI는 백신 개발·보급과 개발도상국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창설한 민관협력조직이다. 게이츠 재단은 GAVI 설립 협업사로 연 3억 달러 이상, 누적으로는 41억 달러를 기여해 왔다. 한국 정부는 2010년부터 공여국으로 참여한 이후 지속적으로 공여액을 늘려와 2019~2021년을 목표로 1500만 달러를 공여 중이다.
또 CEPI는 감염병 백신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2017년 설립한 조직이다. 게이츠 재단은 출범 당시 5년간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한 바 있다. IVI는 백신 연구·개발(R&D)와 보급 활동을 위한 재원의 대부분을 한국 정부와 게이츠 재단이 기여 중이다. 산·학·연(산업·학교·연구원) 컨소시엄(협회) 참여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구송한 라이트 펀드는 한국 보건복지부와 게이츠 재단, 국내 생명·과학 기업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총 500억원의 기금 가운데 한국 정부가 250억원, 게이츠 재단이 125억원을 기여했다. 라이트 펀드와 관련 빌 게이츠 이사장은 "올해 두 배 이상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이에 대해 "다양한 단체를 호명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여해주셔서 대단히 기쁘다"며 "이들 단체는 글로벌 보건과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VI에는 전문가가 다수 참여해 코로나 사태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개발도상국은 보건이 취약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여의치 않아 앞으로 아주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이들 취약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 정부가 GAVI에 협력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과 빌 게이츠 이사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에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백신 개발 노력에 못지 않게 치료제 개발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여러 연구소와 제약회사가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비롯해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며 "치료제 개발·보급을 위해서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공감의 뜻을 나타내며 "치료제는 백신보다 빨리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를 감소시킬 수 있고, 의료진의 과부하 역시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한국의 백신·치료제 개발 진행을 찾아봤다"며 "한국과 협력해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