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도 백기투항…면세점 악순환 시작되나
롯데·신라도 백기투항…면세점 악순환 시작되나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4.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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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포기에 이어 계약 미체결 발생
임대료 부담 가중 호소…공항공사 "수용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에 공항 이용 여객수가 급감하며 면세점의 수익성 또한 악화된 가운데, 면세점업계 1위와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공항 이용 여객수가 급감하며 면세점의 수익성 또한 악화된 가운데, 면세점업계 1위와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면세업체들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에 잇달아 백기를 들고 있다. SM면세점이 면세사업권 입찰 자체를 포기한 데 이어,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계약을 포기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세계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객수 감소와 함께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임대료 인상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입찰 경쟁은 사실상 흥행참패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월27일 T1 면세점 사업권 총 8개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기업 대상 사업권 5개 중 2개(DF2 화장품·향수, DF6 패션·기타)가 유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나머지 3개 중 2개 사업권에 대한 계약도 협상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일까지 체결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DF4(주류·담배)와 DF3(주류·담배)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사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당장 올해 9월부터 각 매장을 운영할 사업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월 말 4기 사업 응찰 시점 이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라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검토 중이며, 앞으로 입찰공고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투어 자회사인 SM면세점도 지난 3월5일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와 경영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증가될 것으로 판단돼 인천공항 입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최장 10년간의 사업보장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부담에 기업들의 포기선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단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사업 1차년엔 입찰금액(최소보장금)이지만, 2차년부턴 연간 최소보장금에 직전년도 여객증감율의 50%를 9% 이내에서 증감해 계산한다.

예정대로 계약이 체결됐다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1차년에 사업권 입찰금액인 697억원과 638억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

문제는 2차년 임대료로, 이때 여객증감율의 기준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8월 대비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 여객수요가 된다. 코로나19로 여객수가 급감한 만큼, 2차년 임대료가 최대폭인 9%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차년에 759억7300만원과 695억4200만원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입장에선 코로나19로 지난 3월에만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감소돼 1차년 임대료도 부담되는데, 2차년엔 더 많은 임대료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조건은 입찰 참여자에게 공지된 입찰의 핵심 조건으로, 해당 조건 변경은 입찰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안”이라며 “코로나19 기저효과로 2차년도 임대료 급등은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상황으로, 변경 시 후순위협상대상자와의 형평성 시비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즉각적인 재입찰보다는 제반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입찰방안을 재검토 후 (재입찰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입찰·계약 포기가 인력감축 등으로 이어져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면세점들이 매출급감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감축 등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