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학개미,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기자수첩] 동학개미,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4.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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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들이 연일 주식시장에 몸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락장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가열차게 팔아댄 물량을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받아내면서 동학개미라는 별칭도 생겼다.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2조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약 3조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 외에도 주식을 사기위해 계좌에 대기 중인 자금만 이달 7일 기준 43조4089억원에 달한다. 예탁금이 가장 적었던 지난 1월8일을 기준으로는 3개월 새 무려 62%가 증가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기록적인 매수세가 국내 증시의 반등여력을 높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선전하고 있는 시장은 한국"이라며 "한국 증시의 선전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소위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개인 직접투자자금의 공격적인 유입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순매수에는 차익실현에 대한 조급함이 깔려있어 항상 우려가 동반된다. 

특히나 가격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은 몇 번을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 지난 1일 장 초반 높은 순매수를 기록했던 씨젠은 개인이 대거 매수하자마자 급락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1만원대였던 씨젠의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혜 기대감에 지난달 27일 장중 한때 14만1400원까지 치솟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때부터 이달 1일 장 초반까지 6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씨젠은 이날 장 막판 들어 14.76% 폭락했다. 씨젠이 지난달 27일 기록했던 고점과 비교해서 주가는 33%까지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 주식시장에 투자경험이 없는 신규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의 지난달 신규계좌 개설 수는 43만1000개로 지난 1월 대비 201% 급증했고, 신한금융투자의 지난달 신규 계좌개설 수도 비대면에서만 1월 대비 3.5배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 양상에 대해 폭락 후 급반등했던 과거 금융위기때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며, 개인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들에게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집단적인 성공을 이룬 경험은 별로 없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증시 전체적으로는 10년 강세장이 막 끝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바로 강세장으로 복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주식 투자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미래 성장성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폭락한 시장은 당연히 오를 것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이럴 때일 수록 기본 투자 철학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이 아닌, 시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