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라떼’ 이야기에 앞서 귀한 지면에서 감히 띄어쓰기라는 규칙을 바꾼 점에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
라떼를 화두로 꺼낸 이유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 때문이다. 라떼를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어른들에 대한 풍자임을 알고는 편을 가르는 씁쓸한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닐텐데 하면서도 나 역시 그 후보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라떼라는 말 하나가 필자에게 ‘난 어땠을까’하는 회상을 던져준 것은 반가운 일이다. 줄곧 재무통으로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회생활 초년병 때는 상사의 눈치도 봐야 했고 하루 마감 업무를 하지 못해 회계장부를 보며 밤을 새기 일쑤였다. 해외 근무 기간에는 영어 테이프를 놓지 못했던 필자 역시 급여 날을 기다리던 천상 월급쟁이였다. 지금도 월말이면 시간에 쫓기며 분주하게 월차 결산을 하고, 변경되는 회계 기준과 세법 규정들을 파악하느라 늘 두꺼운 세법전을 넘기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환경으로 새삼 생각하게 된 라떼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다.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보여야 안심이 될 것 같고,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필자다. 사무실에서의 일상적인 질문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자율적으로 책임감 있게 각자의 맡은 일을 해주면 그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결론을 냈다.
재택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필자의 부서는 그 사이 회계 감사와 월말 결산 등 굵직한 업무들을 잘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시국에도 어디 아픈 이들 없고 유치원 휴원, 육아 등에 대한 고민을 덜었던 것도 유례없는 단체 재택근무가 합격점을 받은 이유라 하겠다. 더불어 젊은 회사 후배들은 회식비를 나눠 모바일 쿠폰으로 음식을 배달시키고 온라인 화상 채팅을 켜놓고 회식하는 모습을 회사 게시판에 올리곤 한다. 그것도 모니터로 얼굴 보면서 먹자니 닭다리 뜯기도, 취해도 불편해서 대화는 10분으로 제한했다니 참 합리적이다.
이 참에 필자의 고향이자, 청정 바다와 영화 같은 풍경을 가진 멋진 항구 마을 삼천포에 얽힌 후배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삼천포는 한국의 나폴리라는 남해를 가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좋은 입지 조건으로 남해, 통영, 거제 방문객들이 지나가며 이정표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십여 년 전에는 인근 사천군과 행정구역 통합으로 지금은 삼천포라는 명칭은 없어지고 삼천포항만 남아 있다. 여기에 나때를 주창하는 세대들은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는 유행어로 삼천포의 달갑지 않은 유명세를 키우기도 했다.
반면 재택근무를 통해 혼자서도, 온라인으로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준 후배들은 각자의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과 사진 앱에 개성을 담아 온라인 게시글로 삼천포를 꼭 가볼 한국의 미항(美港)으로 알리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네 항구 식당이요, 마을 슈퍼하는 누나 친구의 민박집이 인터넷에 소개되는 이런 상황은 나때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잘 가다가 삼천포애(愛) 흠뻑 빠져버린 후배들의 삼천포 소개는 작은 어촌 마을에 소중한 활력이 되고 있다. 개인적인 사례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후배들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이 선배들의 경험과 이해를 더해 우리 주변에서 더 큰 긍정의 라떼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때는 못했던 것, 안 해야 할 것들을 해보고, 해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라떼 한잔 사거나 온라인 회식에 초대 받거든 한 마디 해야겠다. “라떼는 말이야, 가라던 곳 말고 삼천포에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시기였는데 지금은 삼천포애(愛) 빠져도 괜찮아”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