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해태 품고 해외거점 확대 공략…지배력 강화
빙그레, 해태 품고 해외거점 확대 공략…지배력 강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4.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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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사업자로 '메로나' 위주 포트폴리오 다변화
'부라보콘' 등 콘 제품 강점 접목해 글로벌 시장 공략
"수출상표 빙그레로 바꿀지, 해태 고수할지는 고민 중"
빙그레의 글로벌 진출 현황. 중국과 미국,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빙그레 홈페이지 캡쳐)
빙그레의 글로벌 진출 현황. 중국과 미국,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빙그레 홈페이지 캡쳐)

빙그레는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부문 인수를 발판 삼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메로나’ 위주의 바(Bar) 제품뿐만 아니라, 해태 아이스크림의 강점으로 꼽히는 ‘콘(Cone)’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해외 수출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빙그레는 현재 중국 상하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베트남 호치민 등 글로벌 거점 세 곳에 법인을 두고, 해외 영업·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올해 아이스크림 해외사업에 해태 제품군을 포함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빙그레는 앞서 지난 3월말 해태제과가 올해 1월1일 물적 분할한 아이스크림 자회사 인수를 위해 14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깜짝 빅딜’을 성사시켰다. 최종인수 시기는 조율 중이지만, 빙그레는 사실상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롯데제과를 제치고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그간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2018년 기준)에서 롯데제과(4675억원, 28.7%)가 매출 1위며, 이어 빙그레(4234억원. 26.0%), 해태제과(2473억원), 롯데푸드(2431억원)가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빙그레가 연간 순매출 2000억원 규모의 해태 아이스크림 부문을 인수하면서, 약 7000억원대 규모의 매출로 내수시장에서 가장 큰 지배력을 갖게 됐다.

빙그레의 해태제과 자회사 인수는 내수 못지않게 아이스크림의 글로벌 매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빙그레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성장 정체기에서 ‘메로나’에 편중된 수출제품을 다양화해 글로벌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 전창원 빙그레 대표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성장과 정체의 분기점에서 현재에 머물지 않고,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신과 확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수출상품 다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부라보콘’을 비롯한 콘 제품에 강점이 있는 해태 아이스크림 자회사 인수를 결정한 셈이다.  

빙그레의 내수 매출액은 2018년 3370억원에서 지난해 3235억원으로 4.2%가량 줄며 저조한 상황이지만,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같은 기간 298억원에서 지난해 373억원으로 25.1% 성장했다. 

또, 빙그레는 메로나 위주로 수출이 집중됐다. 실제 지난해 아이스크림 수출액의 절반 이상(54%)은 메로나였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는 국내 아이스크림 ‘빅(Big)4’ 기업 중 수출이 가장 많다”며 “전 세계적인 한류 인기로 K-푸드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관심과 소비가 꾸준히 커지고 있으며, 아이스크림 또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빙그레는 부라보콘 등 해태 아이스크림의 주력 제품을 대상으로 수출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해외 진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지 유통 인프라가 갖춰졌고, 상대적으로 메로나 수출 편중이 낮은 중국과 베트남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빙그레는 내수시장은 해태 상표를 유지하되, 글로벌 시장에서는 해태 상표를 빙그레로 바꿀 지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 관계자는 “우선 절차상으로 해태 아이스크림 자회사의 최종 인수가 중요하다”면서도 “이후 메로나의 성공사례에 비춰 수출 가능성이 높은 해태 제품군의 해외 진출 전략과 마케팅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소매 기준)은 저출산으로 주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줄고, 카페 프랜차이즈 등 대체재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규모는 2016년 1조9618억원에서 2018년 1조6921억원으로 2년 새 17.0%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1조6800억원대(업계 추정치)로 정체됐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