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못 놓는 정부…손실 나도 책임진다던 약속은 어디로
우리금융 못 놓는 정부…손실 나도 책임진다던 약속은 어디로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4.07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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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지분 3년 내 처분 계획 10개월째 '논의도 안 해'
혈세 낭비 부담·정권 눈치 보기로 완전 민영화 외면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사옥.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사옥. (사진=신아일보DB)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완전 민영화 로드맵을 제시했던 금융위가 상반기 추진 예정이던 지분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비판을 감내한다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혈세 낭비 비판 부담을 안은 채 친노동계 정권 눈치까지 봐야 하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한 완전 민영화 약속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7620원으로, 작년 1월 지주 출범 당시 1만4000원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작년 6월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오는 2022년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18.32%를 매년 최대 10%씩 매각하는 방식으로 3년 안에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금융위는 유찰 및 잔여 물량이 나오면 블록세일 방식으로 전환해 시장에서 나머지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내려앉기 시작하자 로드맵 발표 때와 달리 지분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7일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에 대해 "추진 계획이야 항상 있지만, 언제 매각한다고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도 "최근에 작년 대비 (주가) 가격이 많이 내린 상황이라서 구체적으로 매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다"며 "3년 안에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마련된 로드맵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매각을 논의한다는 취지를 상반기에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처럼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을 장담했던 작년 6월 금융당국의 태도는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한껏 움츠러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매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예보의 지지부진한 태도를 두고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따라 정해진 자금을 100% 회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금융위와 예보가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은행 주가가 여태까지 공적자금을 넘어 흑자 수준까지 거의 못 올라갔다"며 "막상 매각을 하게 되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팔았을 때 손해가 난 상태에서 팔면 책임 문제가 생기니 담당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작년 6월 로드맵 발표 당시 손실이 나더라도 책임을 감내하고 금융사업 발전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예전부터 완전 민영화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예보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당시 공공기관으로서 혜택을 받지 못한 반면, 임금이나 복지 문제에는 제약이 있어서 노조에서도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권이 친노동계다 보니 민영화가 좋은 뉴스가 아니다"라며 "매각을 추진한다고 하면 뜨거운 감자가 될 텐데 생각보다 효과가 없으면 금융위는 책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도 "우리은행이 민영화되기 전에는 예보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부에서 계속 환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 실적을 비롯한 노동권 문제를 다 제약하고 있었다"며 "민간 금융회사인데도 이 약정 때문에 고용 불안은 동일한데 임금이나 복지 등 부분에서 제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지주로서는 경영권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언제든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 민영화 추진에 적극적이지만, 반대로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 윗선에서 '취업 뒷길'을 열어둘 수 있기 때문에 매각을 늦추고 있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금융위나 이런 데서 완전히 (우리금융지주를) 내놓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다"며 "계속 가지고 있으면 퇴직 후에 취직도 시킬 수 있으니 이런 뒷말도 암암리에 나온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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