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겪는 오리온 ‘제주용암수’…내수 챙기며 숨고르기
내우외환 겪는 오리온 ‘제주용암수’…내수 챙기며 숨고르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4.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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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판매 부진에 '코로나19' 여파 글로벌 진출 속도 못내
"언택트 온라인 배송 강화, 상반기 내 중국·베트남 판매"
오리온 제주용암수. (사진=오리온)
오리온 제주용암수.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의 온라인 가정배송과 B2B(기업 간 거래)를 공략해 내수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올해 상반기 중국과 베트남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출시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미네랄워터를 강조하며 집중 홍보했지만 5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내수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에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제주용암수’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제주용암수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선언한 오리온이 지난해 11월 말 야심차게 시장에 선보인 미네랄워터 브랜드다. 제주지역 용암해수를 원수(原水)로, 4년여 간의 연구·개발 끝에 내놨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에 대해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가 최적의 미네랄 레시피를 설계한 프리미엄 미네랄워터로서, 에비앙·피지 등 글로벌 명수(名水)보다 미네랄 함량이 더욱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용암수는 허인철 부회장이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직접 관여하며 애착을 보인 사업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론칭 행사 때 직접 제주용암수를 소개하며, 뛰어난 제품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Top(톱)3’ 생수 브랜드로의 도약은 물론, 중국·베트남 등 글로벌 생수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 부회장은 론칭 행사 때 “제주용암수를 오리온 사업의 밀알로 삼고, 큰 그림을 펼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제주용암수는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하다.

내수의 경우, 낮은 인지도와 한정된 판로로 인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제주용암수는 현재 온라인 채널(전용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일부 이커머스)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일반 생수와 달리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 판매는 막힌 상황이다. 이는 제주도 측에서 애초 제주용암수의 원수 공급 목적을 수출용으로 국한하고, 국내 판매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그나마 양측이 협의를 통해 국내 온라인 판매는 허용됐다.

공급 저변은 좁고 후발주자로서 인지도까지 낮다보니, 시장 반응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반사이익도 못 누렸다. 아이시스·백산수 등 경쟁 브랜드의 경우, 수요 급증으로 2~3월에 출고량을 대폭 늘렸고, 매출(이커머스 기준) 역시 평균 2~3배 이상 늘었다. 

반면, 제주용암수는 판매 부진으로 최근 일일 생산량은 10톤(t)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1만4000t의 생산능력을 갖춘 제주용암수는 출시 초창기에 일평균 600여t 가량 생산했으나, 4개월 만에 계획한 일일 생산량의 2% 밑으로 급감한 것이다.

또, 무료배송이라는 동일 조건에서 제주용암수는 전용 홈페이지 기준 530밀리리터(㎖) 20병에 9400원으로 책정됐지만, 쿠팡 등 일부 이(e)커머스에서는 두 배에 가까운 1만7000원대 전후로 판매 중이다. 삼다수·아이시스와 같은 경쟁 브랜드는 이커머스에서 8000원 후반(500㎖ 20병)에 판매되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판매량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면 이미 대외적으로 알렸을 것”이라면서 “미네랄워터에 대한 소비자 설득이 부족하고, 구매 장벽과 가격도 경쟁 브랜드보다 높아 시장 안착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철 오리온 총괄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제주용암수 론칭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오리온)
허인철 오리온 총괄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제주용암수 론칭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오리온)

제주용암수의 수출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내놓으면서 해외법인과 영업 인프라가 갖춰진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인도, 인도네시아까지 판매영역을 넓혀 에비앙과 맞붙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었다. 

또, 제품 출시 전인 지난해 10월 중국의 대형 커피전문점 ‘루이싱커피’와 수출계약 체결을 통해 제품력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하며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매장 수만 4500여개가 넘는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와 함께 중국의 ‘빅(Big)2’ 커피 체인으로 꼽힌다.

이에 오리온은 올 1월 말에 중국 수출을 위해 2월 중 530㎖ 제품 통관테스트를 진행하고, 3월부터 광둥성 등 중국 화남지역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당시 중국은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베트남 진출도 당초 올 하반기로 예정했던 수출계획을 2분기로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중국 생수시장 진출은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잠정 연기됐다. 

더욱이 납품 계약을 체결한 루이싱커피는 이달 초 미국 나스닥을 통해 비용 조작으로 지난해 매출을 22억위안(약 3810억원) 부풀렸다는 회계부정이 공개되면서, 하루 사이에 6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는 등 파산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중국 당국도 루이싱커피의 회계부정을 엄단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오리온의 중국 생수시장 진출은 시작 전부터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3월 초 제주 성산항에서 제주용암수 71t 규모로 수출하는 기념식을 열었지만,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현지에 적재된 상황이다. 

관련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컸겠지만, 오리온 입장에서 이를 돌파할만한 해결방안을 당장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허 부회장의 고민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내수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언택트(Untact, 비대면) 트렌드에 초점을 맞춰 제주용암수 마케팅을 집중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은 올 2분기 내에 중국과 베트남 판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내수는 지금의 온라인 가정배송 중심으로 소비자 홍보를 강화하고, B2B(기업 간 거래)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관련업체와 공급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루이싱커피는 여러 판로 중 하나일 뿐이며, 매장 전체가 아닌 대도시 매장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라면서도 “아직 사업 진행 전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베트남의 구체적인 수출 시기는 코로나19 등의 여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