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지털화폐 연구 착수…휴대폰 활용 결제 등 시험
한은, 디지털화폐 연구 착수…휴대폰 활용 결제 등 시험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4.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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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부서·전문 자문단 운영 통해 기술·법률 검토
"상용화보다는 대내외 환경 변화 신속 대응 목적"
이달부터 추진되는 CBDC 연구 일정안. (자료=한국은행)
이달부터 추진되는 CBDC 연구 일정안. (자료=한국은행)

한은이 중앙은행 차원에서 발행 가능한 디지털화폐 연구에 본격 착수한다. 조직 내에 신설 조직과 전문 자문단을 통해 디지털화폐 기술을 시험하고, 법률적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휴대폰을 활용한 디지털화폐 결제 시스템 사용 가능성 등을 확인하게 되며, 상용화보다는 세계적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6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이하 CBDC) 도입에 따른 기술·법률적 필요사항을 검토해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존 방식의 종이화폐와 달리 전자적 형태를 가진 화폐를 의미한다.

한은은 금융결제국 내에 디지털화폐연구팀과 기술반을 설치해 CBDC 관련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며,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 자문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먼저 오는 8월까지 국내 지급결제 환경과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CBDC 시스템 운영 방식과 제공 기능, 필수적 기술요건 등을 정의 및 검토하고, 블록체인 기술 구현 가능성 등을 조사한다. 이후 9월부터 12월까지는 확정된 CBDC 설계 및 기술요건을 기반으로 업무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여전한 현금 수요나 민간기업의 지급 결제 수단 다양화 등을 고려하면 CBDC 발행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상용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진행하는 연구가 아니다"라면서도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급결제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 간 송금과 물건 구매, 해외송금이라는 3가지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시할 가능성을 조사는 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휴대폰 등으로 사용하는 방식일 것이기 때문에 차별점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BDC는 에콰도르와 우루과이 등 개발도상국에서 금융포용 제고를 목적으로 시범 발행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금 이용이 줄고 민간에서 디지털화폐가 출현하면서 선진국 중에서도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계획하는 곳이 늘고 있다. CBDC 발행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던 미국과 일본 등도 지난 1월 세계 6개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CBDC 연구그룹을 구성해 관련 연구에 뛰어들었다.

선진국 중앙은행 중에서는 스웨덴이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2017년부터 가칭 e-크로나 발행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파일럿 프로젝트 전담 부서를 신설해 토큰과 계좌 기반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은도 이에 발맞춰 지난 2018년부터 1년간 가상통화 연구반을 발족해 디지털화폐의 필요성과 효과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