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풍향계⑮-강원] '보수' 성향 뚜렷… 후보 난립은 변수
[총선풍향계⑮-강원] '보수' 성향 뚜렷… 후보 난립은 변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04.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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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보수정당이 '싹쓸이'… '선수교체' vs '심판론' 주목
민주 '이광재 효과' 노린다… 보수야권 무소속 출마 변수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강릉 중앙시장 주변에서 이광재 강원도 선거대책위원장과 유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강릉 중앙시장 주변에서 이광재 강원도 선거대책위원장과 유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8석을 놓고 겨루는 강원도는 역대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이며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8개 선거구 중 6곳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고, 무소속 당선자 1명도 새누리당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강원 원주을(송기헌) 단 1석만 차지했다. 

19대 총선에서는 9석 전석을 새누리당이 싹 쓸어갔고 18대·17대 총선 역시 민주당 진영은 전체 8석 중 각각 2석만 얻는 데 그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강원도 8개 선거구에는 37명이 등록해 4.6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4명 △춘천·철원·화천·양구 을 3명 △원주 갑 5명 △원주 을 6명 △강릉 6명 △동해·태백·삼척·정선 5명 △속초·인제·고성·양양 4명 △홍천·횡성·영월·평창 4명이 등록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선수교체'를 강조하고 있으며, 통합당은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 민주, 이광재 필두로 민심 모으기 총력

지난 20대 총선에서 강원 원주을(송기헌) 단 1석만 얻는 데 그친 민주당은 이번 선거 역시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강원 8석 가운데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등판한 원주갑 1곳만 확실한 우세로 전망했다. 

이밖에 허영 당 강원도당위원장과 통합당 김진태 의원이 리턴매치를 벌이는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경합우세를 점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전 지사가 강원 총선 사령탑으로 올라서는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전면에 서자 이번 총선에서 혼전지역이 여럿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지사는 민주당의 강원지역 권역별 선대위원장으로 낙점된 뒤 춘천, 강릉, 횡성 지역 총선 후보들과 공동 공약을 제시하며 민심을 모으고 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강원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등 중앙당 차원에서도 '험지'인 강원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이 3일 오후 강원 춘천 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던 중 같은 곳에서 유세 중인 미래통합당 김진태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이 3일 오후 강원 춘천 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던 중 같은 곳에서 유세 중인 미래통합당 김진태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5~6석 '우세'로 보는 통합당

통합당은 강원 지역 8석 중 절반 이상인 5~6석을 우세·경합우세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 구체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들면 경합 중인 일부 선거구에서도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량감 있는 후보가 없다는 점 등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 강원도당은 김진태, 염동열, 이철규, 이양수 의원을 선대위 공동위원장에 선임해 강원도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들 중 3선 도전에 나서는 김진태 의원이 인지도가 높은 편이나 강성 친박(친박근혜)인데다 지난해 '5·18 폄훼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는 등 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수야당 후보가 난립하는 등 표가 갈리고 있다. 

강릉 선거구의 경우 통합당 홍윤식 후보 외에도 무소속 권성동 후보, 최명희 후보 등 범보수 후보들의 지지층을 무시할 수 없다. 

◇ 5개 선거구서 '리턴매치'

강원은 8개 선거구 가운데 5개 선거구에서 여야 또는 여야와 무소속 후보 간 '리턴매치'가 이뤄져 관심을 끈다. 

우선 춘천 갑의 민주당 허영·통합당 김진태 후보가 재대결을 펼친다. 

두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대결을 펼쳤었는데, 당시 허 후보는 김 후보에게 4.6%p 차로 패배했다. 

허 후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벼랑 끝 승부를 예고하고 있으며, 김 후보는 '3선의 힘'을 슬로건으로 중진 의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춘천·철원·화천·양구 을 민주당 정만호·통합당 한기호 후보는 10년 만에 다시 겨루게 됐다. 

2010년 7월 재보궐선거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에서 맞붙은 첫 번째 대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한 후보가 승리한 바 있다. 

원주을 민주당 송기헌·통합당 이강후 후보가 세 번째 대결을 펼친다. 

이 선거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민주당이 유일하게 확보한 진보벨트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인 송기헌 후보를 단수 추천했고, 통합당은 경선을 거쳐 대한석탄공사 사장을 역임한 19대 의원인 이강후 후보를 공천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1582표 차로 이 후보가, 20대 총선에서는 송 후보가 350표 차이로 각각 승리한 바 있다. 이번 선거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강릉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무소속 권성동 후보간 재대결이 눈길을 끈다. 

두 후보는 4년 전에는 57.15%의 득표율을 기록한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가 승리해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김 후보가 여당의 공천권을 따낸 반면, 권 후보는 컷오프돼 무소속으로 뛰기 때문이다. 

통합당에서는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후보로 나섰다. 여기에 3선의 최명희 전 강릉시장과 원병관 전 강원도립대 총장이 무소속 대열에 합류해 다자구도로 치러지면서 결과는 안갯속이라는 평가다. 

강원 강릉 홍윤식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과 무소속 권성동 후보가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권선동 후보 측)
강원 강릉 홍윤식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과 무소속 권성동 후보가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권선동 후보 측)

 

◇ 노무현-이명박 정권 대리전 눈길

이 외에도 원주갑은 민주당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통합당 박정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각각 나서면서 노무현·이명박 정권 대리전으로 주목받는다.

이 전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한다. 노무현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다. 재선 의원을 지낸 후 강원지사직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1년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됐으나 문재인정부에서 특별사면·복권됐다. 

박 전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MB맨'이다. 언론과 밀접하게 소통해야하는 청와대 춘추관장과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으며 이후에는 원희룡지사를 따라 제주도로가 제주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결국 원주갑은 정치적 악연이 얽힌 두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나란히 맞붙은 셈이다. 이 때문에 각 당의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홍천·횡성·영월·평창은 지역 간 세 대결로 선거가 치러진다. 특히 이곳은 평창 출신인 민주당 원경환 전 서울경찰청장과 영월의 통합당 유상범 전 창원지검 검사장의 '검경대전' 구도로 눈길을 끈다. 

두 후보는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공수처법을 향한 지역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선거구라는 평도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