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풍향계-공약①정치·사법] '공수처'와 '연동비례제'… 부진즉퇴 vs 교각살우
[총선풍향계-공약①정치·사법] '공수처'와 '연동비례제'… 부진즉퇴 vs 교각살우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04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검찰개편 이어 사법개혁으로…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도 시동
통합당, 공수처법·준연동비례제 폐지 제시… '검찰독립' 등 최대 과제로
지난해 12월 30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가 가져온 최대 결과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나온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인 공수처는 지난 1996년 진보계 정당을 중심으로 처음 설치 요구가 이어졌다. 국회에서 23년을 공전하던 공수처 설치법은 보수권 반발 아래 지난해 12월 30일 본회의에서 재적 176명 중 찬성 160명으로 통과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7일에는 국회 전체 의석 300석을 고정하되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시 보수권 반발에도 재석 167명 중 167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들의 결정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 여론은 평가를 달리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해당 법안 통과로 대한민국은 과도기에 접어들었단 것이다. 두 가지 결과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진영 간 대결로 몰고 갔다.

4일 <신아일보>는 각 당의 4·15 총선 정치·사법 공약을 비교·분석했다.

◇與, 검찰 이어 법원 손보기… '사법부 개편'

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 통과 등 검찰 개편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시선을 법원으로 돌리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개혁 공약을 살펴보면 먼저 공수처를 부패비리 척결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연내 설치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도록 이행 야부를 끊임없이 감시하겠다고도 알렸다.

핵심은 법원 개편으로 넘어가고 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 남용 방지를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사무처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사법부 각종 권한이 행정처에 몰려 있어 이들은 실세로 꼽혔다.

민주당은 법관인사위원회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사무에 대해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합의제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전국법관대표회도 근거 규정을 신설해 사법행정과 일반 법관의 의견 전달 통로를 상향식으로 바꾸고,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와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와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 공정 재설계 첫 과제 '공수처 폐지'

"이 정권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물어뜨리고 있는 정권이다. 그리고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부정하고 있는 그런 정권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유한국당 시절 이같이 말하며 "법의 방어막이 무너지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만 남는다. 이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 법치인데, 법치가 흔들리면 권력이 국민을 지배하는 정말 반민주적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불공정 개선 공약 1호로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내걸었다. 여권을 겨냥해 검찰수사의 '민주당 통제'라는 초법적 발상을 운운하며,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인사·예산을 하고 있는 현 제도를 이용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게 통합당 평가다.

통합당은 △공수처 폐지법 제정 △검찰청 인사 및 예산 독립 △검찰총장 임기 6년으로 연장 △정부조직법·검찰청법 개정 등을 과제로 지정했다.

지난해 4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본청 220호에서 507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뒤늦게 도착, 문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본청 220호에서 507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뒤늦게 도착, 문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출석 의원 세비삭감… 제 살 깎는 민주당

범여권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은 국회 운영 체제에도 손을 대고 있다. 이른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 운영을 상시화하고,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를 개혁해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회 운영 체제는 기존 9월 정기국회가 아닌 달의 1일은 임시국회 소집을 의무화하자고 공언하고 있다.

임시회와 상임위 일정을 여야 간 협의로 결정하는 관행 때문에 한 정당이 상대당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일부러 일정에 합의하지 않고 보이콧(거부)하는 경우를 차단하겠단 취지다. 또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당이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상대당의 법안을 오래 붙잡아두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제도를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사유없이 본회의와 위원회 회의 등에 불참한 국회의원은 전체 출석일 수의 10% 이상을 빠졌을 경우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10~20% 불출석, 세비 10% 삭감 △20~30% 불출석, 세비 20% 삭감 △30~40% 불출석, 세비 30% 삭감 등으로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놨다.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하고 윤리 의무도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의 의무에 대해 서술한다. 이를 위반해 의원직을 파면할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통과된 후 회의가 정회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밝은 모습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통과된 후 회의가 정회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밝은 모습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연비제 폐지… 좌파세력 장기집권 막겠다"

통합당의 선거제도 개편 슬로건(주제)은 '좌파세력 장기집권을 위한 준연동형 선거제 반드시 폐기하겠습니다'이다.

통합당은 "여야 합의로 선거제도를 결정해 온 관행을 짓밟고, 준연동형 선거제를 민주당 등 야합 세력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날치기 처리하는 의회 폭거를 자행했다"고 맹비난했다. 그 결과, 국민은 자신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투표를 하게 돼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선거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4·15 총선은 유례없이 기형적인 선거판이 됐다. 기성정당이 의석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기도 했고, 연합정당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선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고, 투표용지는 48.1cm에 달한다. 황 대표는 "키 작은 사람은 들지도 못한다"며 범여권의 선거법 통과 강행을 비꼬기도 했다.

통합당은 준연동형 선거제 폐기를 통해 정상적 선거제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