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재 산업부장
국내 항공업계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시름에 빠졌다.
지난해엔 ‘노 재팬(NO Japan)’ 운동의 여파로 노선 축소가 불가피했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셧다운(Shut Down: 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에 돌입했다.
벌이가 변변치 못하다 보니, 항공사 중 일부는 구조조정 검토에 돌입했고, 일부는 무급휴가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를 막론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보다 절실할 때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항공산업의 붕괴는 항공주권 상실로 이어지고, 외국계 항공사가 우리 시장을 지배하면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될 것은 자명하다.
항공업계는 항공산업이 붕괴하면,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GDP(국내총생산) 11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항공업계의 상황을 감안해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항공업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전액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운항중단으로 미사용한 운수권·슬롯 회수 전면 유예 등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항공업계는 이에 더해 항공사 채권발행 시 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항공사 신용만으론 경영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지난 2월 LCC를 대상으로 3000억원을 지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대형항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도 바라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긴급지원 법안(Rescue Bill)’을 가결하고 여객항공사와 화물항공사에 각각 30조7000억원, 4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출과 지급보증은 보조금 수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상한 기간은 5년이며, 이자율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시장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항공 운송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과 항공유 부과 세금도 내년 1월1일까지 전액 면제한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의 금융을 지원하고, 프랑스는 에어프랑스가 11억유로(1조4800억원)의 대출을 추진하는 등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을 실시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으로부터 28억달러(3조45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외 주요 국가들은 자국 항공사를 상대로 세금을 완화하고, 재정·금융지원 등 생존을 위한 모든 가용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각국의 자국 하늘길 수호는 앞서 10여년전 미국발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눈에 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여객 수요 감소로 세계적으로 30개가 넘는 항공사들이 무너졌고, 각 항공사는 자국 정부의 도움을 기댈 수밖에 없던 때다.
이를 우려한 중국은 당시 동방항공과 상하이항공 등에 2조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한·중·일 ‘오픈스카이(항공 자유화)’를 늦추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항공사를 보호하고, 외국 항공사의 진출을 막는 방안을 검토했다.
프랑스는 에어버스 항공기를 구매하는 항공사들에 대해 대출보증방식으로 최대 50억유로를 지원했다.
이외 다른 나라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우리는 유류할증료 제도를 허가하는 등의 간접적인 도움만 있었고, 직접적인 지원은 없었다.
우리 항공업계는 10여년 만에 다시 골든타임을 겪게 됐다. 제대로 된 처방만이 우리 하늘길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잊어선 안 된다.
/나원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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