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장발판 뺏는 유통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
[기자수첩] 성장발판 뺏는 유통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4.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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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뜨고, 일부 햄버거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만 볼 수 있었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시스템은 진료소와 도서관, 농수축산물 판매까지 적용 범위가 다방면으로 확장 중이다. 

유통업계 지형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이(e)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은 세력을 계속해서 넓히는 반면에, 대형마트·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은 그 위상이 점점 예전만 못한 처지가 됐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부터 소비 패턴은 온라인으로 점차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확진자 방문에 따른 급작스러운 휴업과 임시폐점, 영업시간 단축 등의 반복으로 코로나 이후 매출 손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정부가 발표한 ‘2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채널 매출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7.5% 역신장했다. 지난 2016년 6월 관련 통계개편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감소 폭이다. 3월 매출 하락은 더욱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에 온라인 채널은 34.3%의 성장세를 나타내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채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 롯데의 신동빈 회장이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상황이 예상되고 있다”며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점은 그만큼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까지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유통의 핵심 축인 오프라인 채널은 위기에 봉착했지만, 규제의 족쇄는 여전하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 점포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따라 영업시간과 의무휴업, 출점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매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못하는 것은 물론, 매월 두 차례 공휴일(일요일, 서울 기준)은 의무적으로 매장을 쉬어야 한다. 

특히 영업시간 규제로 새벽배송은 불가하고,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주문·배송 영업을 함께 할 수 없다. 온라인 소비가 대세인 지금의 현실에서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과거의 규제에 발 묶여 성장의 발판마저 뺏긴 모습이다. 

유통법은 10여 년 전 대형마트가 몸집을 불려가던 시절,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 삼아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 활성화에는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소비자 불편만 낳고 있다는 지적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은 애초부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철학은 ‘혁신 성장’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는 과감히 개혁하고, 생존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