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코로나19 충격에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추락
건설경기, 코로나19 충격에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추락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4.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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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경기실사지수, 이례적 '전월보다 하락'
계획된 공사 발주도 묶이면서 '침체 심화'
 
종합 CBSI 추이. (자료=건산연)
종합 CBSI 추이. (자료=건산연)

지난달 국내 건설경기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건설발주 증가 시기에 경기가 상승세를 보여왔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3월 건설경기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계획된 공사 발주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건설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원장 이상호)은 지난달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이하 CBSI)가 전월 대비 9.4p 하락한 59.5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작년 12월 92.6을 기록한 CBSI는 올해 1월 전월 대비 20.5p 하락했다. 이후 2월과 3월에도 각각 3.2p와 9.4p 하락해 3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수가 6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2월 54.3을 기록한 이후 7년 1개월 만으로, 건산연은 체감 경기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3월에는 봄철 발주 증가 영향으로 지수가 전월 대비 3~5p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처럼 3월 지수가 10p 가까이 하락한 것은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8년 3월 16.8p 하락 이후 처음이다.

지수 자체로 봐도 2008년 3월 지수 58.2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통상 3월에는 봄철 발주 증가로 인해 지수가 3~5p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3월 지수가 10p 가까이 하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런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해인 2008년 3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과 지수 수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신규 공사수주도 크게 위축됐다. 신규 공사수주경기 실사지수는 전월 대비 12.1p 하락한 61.6으로 6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산연은 코로나19 사태로 계획된 공사 발주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건설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세부 BSI 전월 대비 수준 비교. (자료=건산연)
세부 BSI 전월 대비 수준 비교. (자료=건산연)

건설공사 기성 지수는 4.5p 하락한 75.5를 기록했으며, 수주 잔고 지수는 9.8p 하락한 64.6으로 내려앉았다. 자금조달 지수도 5.5p 하락한 73.4를 기록했고, 공사대수금 지수도 7.3p 하락한 82.9 기록했다.

기업 규모 및 지역별로는 중견기업과 지방기업 상황이 특히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대형기업경기 실사 지수는 전월 대비 6.0p 하락한 66.7을 기록했고, 중견기업은 22.6p 급락해 6년 만에 최저치인 51.2까지 떨어졌다. 중소기업 지수는 2.0p 상승한 60.7을 기록했다.

서울기업 지수는 전월 대비 12.5p 하락한 67.6을 기록했고, 지방기업 지수는 4.7p 하락한 50.6을 나타냈다.

한편, 이달 CB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7.7p 상승한 67.2로 전망됐다.

건설기업들은 이달 건설 경기 침체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망치가 여전히 60선에 불과해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