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나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요?
[e-런저런] 나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요?
  • 신아일보
  • 승인 2020.04.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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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네. 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 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는가’ 15세기 일본의 선승 이뀨의 시다.

시의 내용처럼 거리 곳곳이 포근한 날씨에 피어난 봄꽃으로 화사해졌다. 하지만 온라인상에는 코로나19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 사이에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A는 한동안 운동을 못했다며 “운동시설에 사람도 없는데 필라테스는 가도 되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B는 “줌바댄스에서 집단감염 일어난 것 못 봤느냐”며 “이 상황에 운동을 가겠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기적’이라는 말에 빈정 상한 A는 “훈수는 사양한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답답하게 지내야 하냐”고 따졌다. B는 “아무리 답답해도 확진돼서 치료받는 사람보다 더 하겠냐”며 “경제가 어려워 실직한 사람이 수두룩한데 그들보다 더 답답하냐”고 응수했다.

사람들의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자 A는 글을 삭제하고 사라졌다. 물론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해 지친 A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A의 주장처럼 ‘요즘 운동시설에 사람이 없는 것’은 누군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덕분이지, 그가 마음껏 활동해도 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벚꽃 관광지가 한산하다고 해서 너도나도 꽃구경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모두 하나 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