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풍향계⑫-전북] 정치신인, 강력한 무소속을 꺾어라
[총선풍향계⑫-전북] 정치신인, 강력한 무소속을 꺾어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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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5·18 당시에도 보수세… 노태우 정부서 진보 돌아서
중량급 무소속 인사 포진… 與 선대위 꾸리고 총력전 나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통합당 서울 강남갑 태구민(태영호)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지지방문 행사에서 서로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통합당 서울 강남갑 태구민(태영호)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지지방문 행사에서 서로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본궤도에 들어왔다. 다음달 2일부터는 전국 253개 지역에서 본격 선거운동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전라북도 지역에선 전체 선거구 10곳 중 3곳에서만 분홍색 옷 입은 후보를 볼 수 있다. 미래통합당이 공직선거후보자추천서(공천)를 준 인사가 3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9명의 후보를 내고, 1석을 가져갔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과가 매우 초라하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우 호남 지역 추가 공모를 진행하며 '기탁금 전액 지원' 등 파격적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량급 인사 김무성 의원의 호남 차출도 무산 됐다.

이번 선거에서 전북 대부분 지역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후신 민생당, 그리고 일부 무소속 후보의 3파전 구도로 갈 예정이다.

◇ 보수-진보 공존… 김대중 대권 부상하자 '몰표'

대한민국의 제1곡창지대는 호남이다. 특히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전북은 서부 평야 지대에 있는 논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또 재래 공업이 발달해 양반과 부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곳이었다. 다만 이들에게 천대받고 수탈당한 농민과 천민도 공존했다는 게 역사학계 평가다.

전북은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 이후 영남과 호남 간 지역 갈등이 고조했음에도 보수와 진보가 공존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공화당과 신민당, 민주정의당과 민주한국당, 민주정의당과 신한민주당의 대결이 치열했다. 광주와 전라남도는 뚜렷한 진보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전북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열린 11·12대 총선에서도 보수세를 보였다. 보수 진영이 더 많은 지역을 가져갔던 것을 고려하면 보수 성향이 강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전북이 진보로 돌아선 건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다음부터다. 1988년 열린 13대 총선에서 전북 14개 지역은 모두 평화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호남 출신 김대중 총재가 대권 후보로 부상했던 때다. 이후 총선에서도 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국민의당으로 중도 진보 성향의 정당을 밀어줬다.

지난해 8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력한 무소속 포진… 민주당, 쟁탈 가능할까

21대 총선에서의 전북 선거구는 △전주시갑 △전주시을 △전주시병 △군산시 △익산시갑 △익산시을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 10곳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역 민심을 잡고 있는 일부 무소속 출마자를 꺾기 위해 안호영 의원을 전북도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한 후 민심 흔들기에 나선 상태다.

전주갑은 김윤덕 민주당 후보와 김광수 무소속 후보의 대결이 주목된다. 민주당 김 후보는 19대 의원 출신이다. 20대 현역인 무소속 김 후보는 재선 시의원과 전북도의회 의장 이력을 가졌다. 전주을에선 이상직 민주당 후보와 이수진 통합당 후보, 조형철 민생당 후보의 대결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소속 이 후보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출신이고, 통합당 이 후보는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이력을 가졌다. 조 후보는 5대 전주시의과 9대 전북도의회 의원 경력이 있다.

전주병에선 민주당 소속 김성주 후보와 민생당 정동영 후보의 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전주 덕진구를 기반으로 19대 의회에 한 차례 입성한 바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정 후보는 과거 덕진구를 기반으로 15·16·18대 총선에 당선 됐다. 19대 총선은 서울 강남구병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대 총선 때는 다시 내려와 전주병을 기반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군산에선 사실상 민주당 신영대 후보와 통합당 이근열 후보,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신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 후보는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군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이색 선거운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군산을 지역구로 19·20대 국회에 입성한 재선 현역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신속처리안건' 물망에 오르던 지난해 초에는 '캐스팅 보트(결정적 표)'를 쥐었던 바른미래당에서 원내대표로 활동했다.

익산갑에선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출신 김수흥 민주당 후보와 서남대학교 총장 출신 김경안 통합당 후보,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인 고상진 민생당 후보 등이 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제·부안에선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현역 김종회 무소속 후보가 총력전을 벌일 예정이다.

정읍·고창에선 윤준병 민주당 후보와 유성엽 민생당 후보가 맞붙는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활동한 윤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 계열로 통한다. 민생당 공동대표인 유 후보는 이곳에서 내리 3선해 중진으로 등극했다. 특히 18·19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음에도 압도적 표차로 이긴 바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 등록일인 2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선관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와 민생당 정동영 후보가 만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 등록일인 2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선관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와 민생당 정동영 후보가 만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與, 토론회 기피로 실망감… "높은 지지율 기대나"

현재 전북 지역에선 민주당 일부 후보가 정책과 자질을 검증받는 공개 토론회를 피하고 있어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지역구가 크고 후보 각자 일정 때문에 토론회를 하지 못 한다고 해명했지만, 지역에선 현 정부의 지지도를 감안하면 이들은 당선이 유력하기 때문에 토론회에서 치부를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특히 전북도의회 출입기자단의 경우 성명을 내고 "민주당 후보 상당 수가 언론사 주관 토론회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미적미적 거부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인다"며 "토론회는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를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질타했다. 전북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사상 초유의 '깜깜이 선거'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총선에 민주당 후보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정당한 검증과 정책 논의 기회를 내팽개치고 그저 지역의 높은 정당 지지율에만 기대 선거를 치르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난했다.

익산갑 고상진 민생당 후보(왼쪽)와 전권희 민중당 후보가 지난 1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자인 김수흥 후보에게 정책·공약 검증 긴급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익산갑 고상진 민생당 후보(왼쪽)와 전권희 민중당 후보가 지난 1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자인 김수흥 후보에게 정책·공약 검증 긴급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