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식품수출 부진…라면은 오히려 증가
'코로나19'에 식품수출 부진…라면은 오히려 증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3.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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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 공급난 우려 주문 늘어…농심·삼양·오뚜기 판촉 강화
어느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들. (사진=박성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품 수출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라면은 높은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등 국내 라면업체들이 한류 인기를 등에 업고 해외 판촉활동을 적극 전개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제품 공급이 어려워질 것을 염려해 해외 발주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관련업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수출통계(aTKati)에 따르면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농식품 수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라면의 경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실제 올 2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수산 포함)은 전년 동기보다 3.4% 줄어든 14억461만달러(약 1조723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비위축으로 수출국 빅(Big)2로 꼽히는 일본과 중국 모두 8% 이상 역성장 했고, 4위 베트남도 3%가량 줄어드는 등 수출 환경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5.0% 증가한 8002만달러(981억원)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에서 31.9%의 증가율을 보였고, 일본 40.1%, 베트남 45.7%, 미국 20.5% 등 주요 수출국 모두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과 중동의 핵심국인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도 각각 278%, 83.8% 급증했다.

이를 두고 국내 라면업체들이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 판촉에 적극 나선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은 최근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전후로 글로벌 홍보를 집중 진행하며, ‘K-라면’ 열풍을 선도했다. 기생충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영화 장면에 삽입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회자되자, 주요 수출국 영화관을 직접 찾아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나눠주며 홍보에 적극 나섰다. 또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다음날 짜파구리의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제작해 온라인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영화 기생충으로 화제가 된 농심 짜파구리의 조리법 영상. (제공=농심)
영화 기생충으로 화제가 된 농심 짜파구리의 조리법 영상. (제공=농심)

이러한 노력으로 짜파게티의 2월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0% 늘어난 150만달러(18억원)의 매출고를 올렸고, 최근 공급이 없었던 칠레와 바레인, 수단 등에서 수입을 요청하며 수출국도 7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덩달아 가장 수출이 많은 ‘신라면’은 물론 ‘너구리’의 해외 매출도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구리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접하고, 현지 슈퍼·마트에 우리 제품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실제 수출로 이어진 것”이라며 “기존에 신라면을 주로 찾던 해외 거래선이 이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거듭난 삼양식품의 ‘불닭시리즈’ 역시 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2월까지 평균 30% 증가했다. 해외 주요 온라인 채널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촉·마케팅을 진행한 가운데, SNS를 통해 불닭시리즈 후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입소문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오뚜기도 해외 온·오프라인 영업 강화와 한류 인기 덕분에 대표 상품인 ‘진라면’을 비롯해 최근 ‘진짬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면서, 2월 누계 해외 매출은 30%가량 증가했다.

 

베트남 대형마트에서의 불닭볶음면 판촉 현장. (제공=삼양식품)
베트남 대형마트에서의 불닭볶음면 판촉 현장. (제공=삼양식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현상으로 공급난을 우려한 해외 바이어들의 발주량이 급증한 것도 라면 수출확대의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현지에서 비상식량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바이어들은 코로나가 장기화될 경우 제품 공급 차질을 걱정해, 평소보다 주문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3월 들어 주문량이 전년보다 50% 증가했는데, 바이어들이 공급난에 대비해 발주를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라면 수출이 급증하면서 증권가는 라면업계의 올 1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컨센서스(추정치)는 농심이 전년 동기보다 평균 10%, 삼양식품 15%, 오뚜기 7%(면 사업)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 등 한류 인기와 코로나19 여파로 라면업계가 수혜를 받으며, 1분기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