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진보', 고소득층 '보수'… 대한민국에선 안 통해
저소득층 '진보', 고소득층 '보수'… 대한민국에선 안 통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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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17대 대선서 62.9% 보수 후보 지지… 18대 대선은 56.3%
분단국가 특수성과 청년민심 이반 등 때문… 총선 최대 승부처 2030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사진 왼쪽)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위해 접수처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사진 왼쪽)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위해 접수처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상 저소득층은 진보 정당을, 고소득층은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계급 투표론'이 대한민국에선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계급 배반 투표'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한국 선거에서의 계급 배반 투표와 사회 계층'에 따르면 그간 한국 선거 정치에서 나타난 역설적 현상 중 하나는 계층·계급이 투표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하위 계급 집단 유권자가 오히려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실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 대한 저소득층 득표율은 중소득층이나 고소득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투표 결과로 본 저소득층의 이명박·이회창 지지율은 62.9%다. 진보 성향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 22.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보수 후보에 대한 지지율 차이는 11.1%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런 성향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이어진다. 당시 투표한 저소득층의 56.3%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밀어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은 34.6%에 그쳤다. 특히 박 후보를 찍은 고소득층이 46.2%, 중소득층은 46.1%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이 상위 계층보다 보수를 더 지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1대 총선이 진영 간 대결이라면 당시 대선은 경제 계층 간 대결이었단 평가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경제민주화 △사회적 양극화 △복지 확대 △중산층 재건 등이 당시 선거의 주제였다.

한국이 이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보수와 진보의 정책이 차별성 없다는 것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란 분석이다. 당시 유권자 연령을 살펴보면 반공 정신이 강한 60대 이상 고령층이 저소득층의 44.7%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대선에 앞서 같은 해 있었던 19대 총선에선 60대 이상을 제외한 저소득층의 40.6%가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 새누리당을 찍었다. 민주당은 25.1%의 지지를 받았다.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3.7%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중·장년층보다 다소 진보적 성향을 보였던 20~30대 민심이 보수권으로 이반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당시 60대 이상 고령층 유권자를 제외한 경우 경제 영역에서의 이념과 탈물질-물질주의 영역에서 중간 소득층의 보수성이 나타났고, 주관적 이념 평가에서도 경제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강 교수 평가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선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어느 진영을 선택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야가 2030세대를 사실상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보고, 청년·신혼부부·복지 등 맞춤형 정책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