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관치금융 오명 스스로 끊어내야
[기자수첩] 반복되는 관치금융 오명 스스로 끊어내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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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DLF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딛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번 연임을 두고 안팎으로 잡음이 나왔다.

시민단체와 금융노조 등에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 의무가 있는 손 회장이 중징계를 받고도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게 때아닌 불똥이 튀었다.

예보가 공공기관으로서 공적 기금에 손실을 끼친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예보가 지닌 우리금융의 지분은 결국 국민이 출연한 세금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예보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영권에 개입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우리금융 민영화 당시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은행장 선임에 대한 경영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에 예보가 파견하는 사외이사는 임추위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번 경우도 사외이사인 과점주주들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맞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손 회장 의결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예보의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금융노조 금감원 지부에서도 DLF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의 연임 시도가 고객을 무시하는 행태라며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손 회장의 경영성과을 인정해 사내이사 연임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예보는 결국 과점 주주의 의견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예보로서는 원칙대로 약속을 지켰을 뿐이지만, 공공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이런 저런식의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예보의 이런 애매한 처지는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금융당국의 필요에 따라 혹은 '국민 권익', '소비자 권익'이라는 명분아래 모인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서로의 입장을 강요받을 것이다.

우리금융 회장 연임을 둘러싼 문제는 결국, 정부의 영향력이 민간기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작용할 경우 업종과 업역을 벗어나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잉태된다는 필연적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융위와 예보는 오는 2022년까지 우리금융을 완전 민영화해 경영권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 시기는 아직 불명확하다.

반복되는 관치금융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예보는 하루속히 우리금융 지분을 전량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