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뒤늦게 '텔레그램 n번방' 긴급회의… 일제히 정부 비판
여야, 뒤늦게 '텔레그램 n번방' 긴급회의… 일제히 정부 비판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2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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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부, 2017년부터 답변 반복"… 野 "대응안이 종합대책 재탕 수준"
정치권, n번방 사건 지난해 11월 첫 거론… "뭐했나" 여론 뭇매 불가피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디지털상에서의 성범죄(n번방 사태) 관련 현안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디지털상에서의 성범죄(n번방 사태) 관련 현안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불거진 후 뒤늦게 대책 모색에 나선 국회는 25일 일제히 정부를 질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소관 부처를 상대로 '텔레그램 등 디지털 상에서의 성범죄'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실시했다.

먼저 부처 대응 현황을 보고하던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불법음란 정보가 웹하드를 통해 재유통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감시)을 강화하고 강력히 제재하겠다"며 "이를 위해 웹하드 모니터링 인력을 충원하고, 필터링(차단)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정부가 내놓은 '범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과 '성범죄 대응 조직' 신설 등을 거론하며 "n번방이 문제되는 시점으로 보면 정부가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응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답변이 2017년부터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한 위원장을 향해 "현안보고를 들으니 2017년 종합대책을 재탕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래서 제2·3의 n번방을 예방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n번방 가입자 26만명에 대해 "악마와 추종자로 구성된 범죄조직"이라며 "n번방을 신범죄단체로 규정하고 비슷한 종류의 비밀대화방을 일망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송희경 의원은 "오프라인 성범죄가 디지털로 흘러가는데 과연 정부는 무슨 일을 했는지 참담하다"며 "정부가 빨리 해야 할 일은 '영상물 신속 삭제 제도' 도입"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당 최연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야당 동의없이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의 자료는 부실했고, 국회는 일회성 회의로 국민으로부터 '요식행위'를 했단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당정(여당·정부)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임시국회 폐회 중 전체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는 정치권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n번방 사건이 국회에서 처음 언급된 때는 지난해 11월이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에 이어 박성민 민주당 청년대변인 등이 사법부의 양형기준 마련과 엄정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에는 n번방 사건을 비롯해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처음으로 10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1호 청원'이 됐고, 국회는 지난 5일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딥페이크(영상조작) 처벌 규정 신설 등의 내용만 담았을 뿐 n번방 처벌 관련 내용은 제대로 담지 않아 일부 여성 단체 등으로부터 '졸속 입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