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김경수 새 재판부 “사건 전체 다시 보겠다” 
‘댓글조작’ 김경수 새 재판부 “사건 전체 다시 보겠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3.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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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새 재판부가 김 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전체적으로 다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 전반에 대한 특겸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원점에서 다시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재판부 변경 후 처음 열린 이날 김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다음 기일에 사건 전반에 대한 프리젠테이션(PT)을 준비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 지사의 사건은 당초 차문호 부장판사와 최항석 부장판사가 맡았다. 지난달 법원 정기 인사로 두 사함은 다른 재판부로 옮겨졌고 함상훈 부장판사와 하태한 부장판사가 합류했다. 

앞서 차 부장판사는 재판부 변경 전 마지막으로 열린 재판에서 드루킹 일당이 준비한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한 것으로 잠정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양측에 앞으로 재판에서는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가 아닌 김 지사가 이를 본 뒤 개발을 승인했는지 그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새 재판부는 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다시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두고 전임 재판부가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을 기정사실화한 취지의 잠정 판단에 대해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 재판부가 판단할 영역을 좁혀놓은 것이긴 하나 이날 새 재판부가 양측에 사건 전반에 대한 PT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할 것을 볼 때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새 재판부도 검찰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듣고, 피고인 측에 변론한 시간을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부분을 다 해주는 것이 좋다. 번거롭더라도 우리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미 잠정 결론이 난 사항을 두고 다시 논쟁하는 PT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부 구성원이 두 명이나 바뀐 상황에서 PT를 진행하는 것은 심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재차 설명했다. 

김 지사 측은 댓글 조작 공모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김동원의 진술 중 주요 부분은 모두 허위이고 이에 따른 추론도 모두 사실오인”이라며 “실질적 핵심에 대해서는 새 재판부가 직접 대면하고 증인 신문을 통해 직접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금까지 많은 증인과 증거, 자료가 나온 만큼 중복되는 증인, 증거는 더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새 재판부가 사건을 전체적으로 다시 보겠다고 밝힌 데 따라 김 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공방은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에 앞으로 재판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이후 어떤 행보를 벌였는지 등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지사의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4월27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한편 김 지사는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대선 후에는 이듬해 지방선거까지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공모한 의혹도 있다. 2017년 말에는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았다.

1심은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2년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11월14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가 지난해 12월2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를 올해 1월21일로 미뤘고 아예 변론을 다시 열기로 했다. 

변론 재개 방침에 따라 김 지사는 다시 공판 절차에 들어갔고 이달 1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법원이 일정 기간 휴정하고 법원 정기 인사로 담당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기일이 이날로 또 미뤄지게 됐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