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곳간 넉넉한데…이스타항공 인수 두고 뒷말 무성
애경그룹 곳간 넉넉한데…이스타항공 인수 두고 뒷말 무성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3.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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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불황…국책은행, 3000억원 내외 LCC 금융지원
AK홀딩스 자구책 마련 없이 정부 지원금 수혜 가능성 열려
애경 "좋은 조건으로 돈 빌려주면 효율을 내는 것은 당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그룹 본사. (사진=애경그룹)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그룹 본사. (사진=애경그룹)

애경그룹 항공계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국책은행이 무분별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가운데, 배경을 두고 관심을 집중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유동성이 충분하지만, 항공업계가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자구책 없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국책은행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금융 지원을 위해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 방식인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으로 최대 2000억원의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 1000억원씩 맡아 시중 은행들의 신디케이트론 참여 의사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항공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급감, 환불 급증 등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저비용항공사(LCC)에 산은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최대 3000억원 내에서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LCC 지원에 쓰일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중 제주항공에 지급되는 몫이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명목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항공에 대한 국책은행의 지원이 이뤄지면, 유동성이 충분한 애경그룹은 그룹 차원의 자구책 마련 없이도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등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실제 AK홀딩스는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 지분 56.9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같은 기간 AK홀딩스의 유동자산은 약 1조2540억원이며, 그중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2522억원이다.

국책은행으로선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 위기 해소 차원이 아닌, 일부 항공사의 사업규모 확장 명목으로 쓰여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경영에) 타격을 입은 자국 항공사들에 대해 거의 2주 안에 긴급 지원이 투입됐다”며 “그때 미국에서는 국민의 혈세 지원이란 비판이나 연방정부 차원에서 나설 일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항공업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 긴급생활지원이 필요한 곳이 많은 상황에서 국내 항공사까지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하냐는 비판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전혀 없지만, 이스타항공과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부터 인수하게 될 경우 인수금융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산은 측과 계속 논의해 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책정된 예산과는 별개”라고 밝혔다.

이어 “경영 자문, 컨설팅 등의 역할을 지속하는 지주사 입장에선 국책은행이든 시중은행이든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다면 그것으로 더 효율을 내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애경그룹은) 항공업만 있는 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애경그룹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경우의 수는 될 수 있겠지만,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면 어디서든 빌려야 할 것”이라며 “산은의 금융지원은 담보가 있어야 하는 등 무조건 대출해 주겠다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은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금융지원과 관련해 “현재 심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