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 준비… 20대 국회 내 처리 목표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제작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처벌 강화'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법적·제도적 정비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번 사건에 대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면서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n번방 사건'에 직접 유감을 표한 것은 해당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n번방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남성 조모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역대 최다 인원인 2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또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서도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기회에 미비한 관련 법률까지 보완해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강력한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이번 사건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안전, 기본적 인권과 관련돼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여성 인권'에 국한하지 않고 인권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음이 짐작된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영상물 삭제 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 입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 주최로 이날 국회에서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진 의원은 "성착취 카르텔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벌 강화이며 공범자 모두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많은 법안이 이미 발의됐다"면서 "다양한 법이 이미 계류 중인데 입법사항의 빈틈을 살피고 여러 범죄로 흩어진 법을 모아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인영 원내대표는 "외국은 종신형까지도 가능하지만 우리 법률은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하면서 "세계최대 아동포르노 사이트는 한국에서 고작 1년6개월 (징역형을) 받은 반면 미국인은 70개월, 영국인은 22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세계최대 규모의 다크웹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한국인 운영자가 검거됐으나 국내 사법부에서 솜방망이 처벌 받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n번방 재발방지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겠다"며 "20대 국회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4월, 5월에 다시 국회를 소집하더라도 이번 임기 내에 통과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후속입법도 발굴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여러분도 이번 사건이 과거 사건처럼 묻히지 않고 입법완료 되도록 청원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백혜련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금지 3법'을 발의해 20대 국회 안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재발 금지 3법'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상습법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스마트폰 등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유포할 경우 처벌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책무"라며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을 정식 제안했다. 심 대표는 "날로 지능화되고 재범 우려가 큰 디지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법 제정을 21대 국회로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화상 최고위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원천 차단하고 엄중 처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합심해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