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발 뗀 車보험 개편…실손 '지지부진'
[기자수첩] 첫 발 뗀 車보험 개편…실손 '지지부진'
  • 김현진 기자
  • 승인 2020.03.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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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실적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더 심해지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망이 더 어두울 것으로 예상돼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작년 보험업계는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7월과 10월 한국은행이 각각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가동연한이 30년 만에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됐고, 정비수가가 인상되는 등 지급보험금 증가로 인한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또 문재인 케어로 인해 비급여 진료가 늘어났고 가입자들의 과잉진료도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예를 들어 백내장의 경우 수술비는 실손보험 처리가 되지 않지만, 진료비는 실손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수술비를 진단비로 돌려 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이다.

이에 2014년 214억원 규모였던 백내장 지급보험금은 2017년 1359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도 이들 상품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관계 기관 및 업계와 함께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 간담회'를 열고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실손보험제도 개선에 대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작년 말 정부에서 언급한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 등과 관련해 산적한 문제가 많음에도 말이다.

실손보험료 차등제는 자동차보험처럼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청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38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존 상품을 바꾸는 것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가입자를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기존 상품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내용으로 약관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보험료 차등제의 경우 기존 가입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기존 상품을 바꾸기 힘든 상황이다.

또, 새로운 상품 유도도 쉽지 않다. 현재 실손보험에서 문제가 되는 상품은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상품이다. 표준화 이전 보상비율은 100%에 달해 가입자는 병원비로 지출한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가입자들이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게 유도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9%에 달했으며, 작년 실손보험 적자규모는 2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4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세포 손상이 시작되고, 결국 사망에 이른다. 정부가 실손보험제도 개선의 적기를 놓친다면, 앞으로 회복 불능 수준의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