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주목 받는 '주총 전자투표'…사용 편의성 개선은 '숙제'
코로나19로 주목 받는 '주총 전자투표'…사용 편의성 개선은 '숙제'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3.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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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 전자 서비스 이용 법인 작년 대비 2배로 증가
제각각 보안프로그램·인증 방식으로 이용자 불편 유발
(왼쪽부터) 한국예탁결제원,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전자투표 시스템. (자료=각 사 전자투표 시스템 화면 캡처)
(왼쪽부터)예탁원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의 전자투표 시스템 화면. (자료=각 사 전자투표 시스템 화면 캡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주총 전자투표·위임장 시스템을 활용하는 상장사가 크게 늘고 있다. 예탁원 서비스 기준으로 올해 전자 서비스 이용 법인은 작년의 2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온라인 투표·위임장 시스템은 전자투표는 개인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자투표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별로 제각각인 보안 프로그램과 인증 방식은 주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예탁원 주총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인은 1143개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자 투표·위임장 서비스 이용 법인 수 564개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작년까지는 예탁원과 미래에셋대우만 전자투표·위임장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올해부터 삼성증권이 서비스 제공에 가세하면서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신한금융투자도 전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자투표는 온라인 투표의 편리함을 바탕으로 개인주주도 쉽게 주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서비스 제공사들 또한 이런 장점에 다양한 이벤트를 더해 상장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모습이다. 예탁원은 전자투표·위임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장사에게 이달 한 달 간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전자투표 서비스 '플랫폼V'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뷔페 이용권과 관광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서비스 제공사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해진 반면, 플랫폼 분산에 다른 불편함은 문제로 지적된다. 여러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각 사가 이용하는 서비스에 일일이 접속해야 한다. 플랫폼 별로 설치가 요구되는 보안 프로그램과 인증방식도 모두 다르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전자투표·위임장 서비스에 접속할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안랩(AhnLab)'을 설치토록 하고 있고, 예탁원은 '터치엔 엠백신(TouchEn mVaccine)'을 보안프로그램으로 요구한다. 인증방법도 제각각인데, 예탁원 시스템에서는 공인인증서로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지만 미래에셋대우 시스템에선 본인 인증 앱인 '패스(PASS)'를 이용해야하고, 삼성증권 서비스 이용자는 카카오페이 인증을 활용해야 한다. 

복잡한 보안프로그램 설치와 인증 방식으로 인해 특히 고령자 주주들의 이용 제한이 우려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래 예탁원이 수수료를 받고 독점적으로 제공하던 전자투표, 전자위임장 서비스를 증권사들이 수수료 없이 제공하게 됐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상장사 입장에서는 더욱 조건이 좋은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같은 서비스 분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B 증권사 관계자는 "온라인 주총 서비스는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만큼 철저한 보안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관련 프로그램 설치나 본인인증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며 "대신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더욱 간편한 인증 방법을 제공하고,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