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G 1등 꿈꾸는 LGU+, 전자투표 도입엔 인색
[기자수첩] 5G 1등 꿈꾸는 LGU+, 전자투표 도입엔 인색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3.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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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이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이동통신3사 중엔 LG유플러스가 제일 먼저 주총 스타트를 끊었다.

예년 주총과 비교하면 2019년도 재무제표, 사내외이사 선임, PG사업 분할 승인 등 사업관련 안건에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선 동일했지만, 전반적인 풍경은 사뭇 달랐다.

주총장 입구엔 ‘손소독제’와 ‘열감지기’, ‘비접촉 체온계’가 등장했고, ‘마스크착용 의무’를 비롯해 ‘한 칸 띄어 앉기’ 등이 시행됐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조치로, 이는 올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주들의 권리행사를 위한 장이 자칫 코로나19의 확산지로 전락될까 우려한 탓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LG유플러스가 이번 주총에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자투표는 주주들이 주총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대주주들 잔치로 전락한 주주총회에 소액주주들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상당수 기업들이 도입을 꺼려하다 코로나19 확산우려에 올해부터 적용했다. 특히 국내 이통3사 중 KT와 SK텔레콤도 올해 주총에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이 주주 편의와 권리 확대로 이어진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자투표 도입을 위해선 정관상 수정해야 되고, 시스템 갖추는 데 시간이 걸려 (올해 도입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전자투표제는 이사회 결의로 실시 가능하다. 한국예탁결제원 등 외부 전자투표서비스업체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없다. 전자투표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업체는 계약 체결 후 플랫폼에서 로그인, 안건을 올리고, 투표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물론 LG그룹이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는 상황에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독단적으로 행동하기엔 힘들 수 있다. 올해 국내 5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은 전 계열사,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 위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삼성은 전자와 SDS, 롯데는 롯데하이마트 등 일부 계열사에서 전자투표를 시행했다. 반면 LG그룹 계열사의 전자투표 도입소식은 아직 없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작년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계기로 국내 통신 역사를 바꾼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하현회 부회장은 5G로 이용자들의 일상과 통신시장의 1등을 바꾼다고도 했다. 최첨단 통신기술과 서비스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기업이 오프라인 주총만을 고집한다면 아이러니하다. 소액주주라 할지라도 LG유플러스가 바라는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길 바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