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 해부49] 제주항공, LCC 부동의 1위…새 도약 날갯짓
[신아-50대기업 해부49] 제주항공, LCC 부동의 1위…새 도약 날갯짓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3.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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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첫 취항 이후 업계 선두 지위 얻어
성장과 확장 거듭하며 시장 개척 일궈나가
이스타 인수로 FSC 버금가는 항공사 재도약
(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6년 첫 취항한 이후 2019년 기준 매출 1조3840억원, 같은 해 11월 기준 항공기 수 45대, 취항 노선 88개로 성장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로 자리매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일본 여행 거부운동부터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 위기를 극복하고,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대형항공사(FSC)에 버금가는 항공사로 도약하면서 국내 LCC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선다.

◇시장 개척 고민 많았던 국내 세 번째 정기항공사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1월 설립 이후 2006년 6월 첫 취항하며,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각각 150억원(75%), 50억원(25%)을 투자해 총 200억원의 설립자본금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 3월 창립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국내 LCC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지난 1969년 대한항공,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국내 세 번째 정기항공사가 됐다.

국내 LCC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제주항공은 사업을 개척하는 만큼 설립 당시 많은 고민을 떠안았다. 기존 항공사와 다른 요금, 마케팅을 내세워 승객들의 눈길을 끌어야 했다.

우선, 설립 당시에는 제주항공이 기존 FSC 대비 30% 가량 저렴한 수준의 요금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주항공은 인건비에서 비용을 감소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한 대당 필요한 인력을 100여명에서 48명으로 줄였다. 1시간 안팎의 단거리 운행으로 기장과 승무원의 교대근무가 줄어든 근무환경을 활용한 것이다.

임금도 기존 항공사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면서 타사의 70% 수준으로 맞추는 대신 기장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3세로, 정비사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승무원의 활동성을 고려한 청바지 유니폼, 제주지역 호텔·음식점·골프장과 연계한 요금할인 혜택 등 국내 LCC 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했다.

◇사업 확장 지속…매출 1조원 시대 ‘활짝’

제주항공은 첫 취항 이후 매년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취항 노선을 넓혀가면서 성장과 확장을 동시에 이뤘다.

제주항공은 취항 첫해인 2006년 연결 기준 매출 118억원을 시작으로 2007년 390억원, 2008년 545억원, 2009년 87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0년에는 매출 1575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매출 2577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을 기록해 첫 취항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에서 벗어났다. 이는 제주항공이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 도입 등 초기 투자가 많아 취항 후 수년간 영업적자를 버텨야 하는 상황을 이겨내고, 국내 LCC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시장성을 입증한 것이다.

이후 매출은 매년 상승하면서 지난 2018년 1조25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1016억원), 2018년(1012억원)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기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1조3840억원, 영업손실 3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부터 일본 여행 거부 운동, 홍콩 시위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여행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 프리미엄 좌석 ‘뉴 클래스(New Calss)’ 서비스 모습.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프리미엄 좌석 ‘뉴 클래스(New Calss)’ 서비스 모습.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적극적인 운항 편수, 노선 확장은 이 같은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1대를 보유하며 운항한 김포-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항공기 45대, 취항 도시 50개, 취항지 88개를 운용·운항하는 항공사로 거듭났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1일 항공편수 240대 이상, 1일 항공기 가동시간 13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선에서는 지난해 1월 제주항공 국내선 점유율에서 대한항공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공항 항공수송실적에 따르면 같은 해 1월 제주공항 국내선 항공운송 점유율은 아시아나항공(22.3%), 제주항공(17.3%), 대한항공(16.4%) 순이었다.

이는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출범하면서 자사의 제주 노선 운항 편수를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기도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에서 제주항공의 확고한 입지를 증명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국제선에서도 지난 2008년 7월 제주-일본 히로시마 부정기편 운항을 시작으로 국내 LCC 첫 국제선 운항 시대를 연 뒤 신규 노선 확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11월 기준 당시 운휴 노선을 포함해 국제선 취항 노선은 82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호주 젯스타에어웨이즈와 공동운항(코드셰어, Code Share)을 통해 인천-호주 골드코스트 노선 운항을 시작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의 이 같은 성장은 그동안 국내 항공업계가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운임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바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국내 항공시장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LCC업계서 경쟁력 강화 위해 신규 서비스 도입

제주항공은 여러 LCC들의 잇따른 출범으로 국내 항공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프로모션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제주항공은 베트남 여행객의 한국 방문 증가세에 맞춰 지난해 5월 베트남 국적 승무원 10명을 베트남 노선에 투입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조종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운영하는 ‘조종인력 선선발 후교육 과정’을 이수한 12명의 1기 수료생을 배출해 첫 자체 양성 조종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 도입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에 JJ라운지를 열고, 제주항공 국제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9월 프리미엄 좌석인 ‘뉴 클래스(New Calss)’ 서비스를 김포-부산 노선에서 시작하면서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경험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뉴 클래스는 기존 189석의 좌석 배치를 174석으로 줄여 좌석 간격을 늘린 12석과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162석으로 구성된 좌석을 뜻한다. 12석의 새로운 좌석은 기존 30∼31인치의 좌석간 간격이 41인치로 늘었으며, 3개의 좌석이 붙어 2줄로 이뤄진 기존 형태에서 2개의 좌석이 붙어 있는 2줄로 바뀌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에 위치한 제주항공 ‘JJ라운지’. (사진=제주항공)
지난해 6월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에 위치한 제주항공 ‘JJ라운지’. (사진=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통해 새로운 도약 나서

제주항공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기 위해 최근 항공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제2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 스톤브릿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본입찰에 함께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넘어갔지만, 제주항공의 도전은 계속됐다. 제주항공은 같은 해 12월 경영난에 빠진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실사를 진행하며, 두 차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미루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인수 무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경영권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하면서 국내 LCC 선두 입지 강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당초 지난해 12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경영악화에 빠지면서 인수가액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FSC와 맞먹는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선 시장 점유율은 24.8%까지 오르고, 국제선의 경우 19.5%로 상승한다. 이는 국내선 점유율이 대한항공(23.6%)보다 높으며, 국제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23.0%)에 근접한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지난 1월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스카이홀에서 열린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시장 개척자로서 지난 15년간의 성공을 뒤로 하고, 2020년대의 변화된 사업환경에서 다시 한번 LCC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 (사진=제주항공)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 (사진=제주항공)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