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추경에 농촌·농민은 없다
[기자수첩] 코로나19 추경에 농촌·농민은 없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3.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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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이전보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농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먹거리 소비가 침체되면서, 농가들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졸업식·입학식이 있는 2~3월은 꽃을 키우는 농가들의 최대 대목이지만, 코로나19로 모두 취소·연기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학교 개학은 이전에는 없던 사상 초유의 4월로 미뤄져, 급식 납품 농가들의 시름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농식품 수출 역시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입국 규제와 함께 통관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현지 소비도 위축돼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인삼·유자차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피해가 크다. 내수 소비심리는 죽고, 수출 길은 막히면서 농산물의 산지가격 폭락을 더욱 부채질해 농민들은 생계까지 위협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여기에 예년 같으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벚꽃 등 봄꽃축제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감염 우려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때문에 봄 특수를 기대했던 농촌 민박들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촌마을마다 코로나19 감염우려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은 폐쇄돼, 경제적으로 취약한 홀로 사는 고령농들은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농가와 농촌의 봄마저 빼앗는 형국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농민과 농촌 피해는 막대하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제출했고, 총액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역대 추경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하지만, 정작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농촌에 대한 예산은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그간 농민단체들은 소득 하위 20% 취약계층 농민과 농산물 가격폭락 피해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 마련과 예산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전혀 반영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추경 대신 기존의 농안기금(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통해 농식품 수출과 외식업체, 화훼소비 촉진 등에 483억원을 투입한다고 생색냈지만, 농가 피해와 직접 연계된 것은 화훼소비 촉진 지원에 쓰일 16억원 정도다. 관련 예산의 3% 남짓에 불과할 뿐이다. 

농가들이 정부의 생색내기용 조치에 반발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흘 전 부랴부랴 코로나19 확진을 받거나 감염의심이 있는 농가들에 한해 경영자금으로 600억원을 긴급하게 융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때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더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은 농어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된 농촌과 농민들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 정부의 ‘농업계 패싱’이 또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뿐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