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백의 할머니가 전달한 생일 용돈 50만원 '감동'
망백의 할머니가 전달한 생일 용돈 50만원 '감동'
  • 박주용 기자
  • 승인 2020.03.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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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순씨, 부평1동에 코로나19 성금·마스크 전달
(사진=부평구)
(사진=부평구)

망백(望百)의 할머니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 주라며 자녀들이 생일 선물로 준 용돈 50만원을 인천시 부평구에 전달했다.

18일 구에 따르면 지난 16일 고인순 할머니(91)가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성금과 마스크 11장을 기탁했다.

고 할머니는 “자식들이 쓰라고 준 용돈과 마스크인데, 나는 별로 쓸 일이 없다”며 “알아서 좋은 일에 써 달라”고 부평1동 직원에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고 할머니를 알고 있었다. 수년째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해 달라며 부평1동 등 지역사회에 선물해 온 ‘기부천사’였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나이는 92세, 호적상으로는 1930년생이었다.

할머니의 양해를 얻은 부평1동 직원들은 지난 17일 부평1동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아가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고 할머니는 “옛날 같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콩 한 쪽 안 줬어. 지금은 정부에서 노인들한테 다 25만원씩 주잖아. 그게 너무 고마운 거야. 작지만 마음을 조금 전한 것 뿐이야”라고 말이다.

고 할머니는 지난 2월 28일이 생일이었다. 4남매의 자식들은 망백을 맞은 어머니의 생신 선물로 용돈 50만원을 드렸다. 마스크도 딸이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챙겨 준 선물이었다.

고 할머니는 “나는 늙어서 안 나가니까 밖에 다니는 사람들 주라고 동에 가져 간 거야. 근데 미안해. 마스크를 봉투에 담아 줘야 하는데 그냥 줘서”라고 했다.

고 할머니는 지난 1992년부터 직접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갔다. 처음에는 성당 건립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는데, 시간이 흘러보니 어느새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류영기 부평1동장은 “할머니는 이번 성금 외에도 된장과 간장을 대구에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음식이라는 특성이 있어 이어지지 못했다”며 “할머님의 소중한 뜻을 꼭 필요한 분들께 잘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pjy609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