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그럼 이사를 가든지” 층간 소음으로 금 간 이웃관계
[e-런저런] “그럼 이사를 가든지” 층간 소음으로 금 간 이웃관계
  • 신아일보
  • 승인 2020.03.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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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는 위아래 사는 이웃으로 마주치면 아는체할 만큼의 딱 적절한 친밀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뒤늦게 이사 온 B씨는 윗집에 사는 A씨에게 이따금 씩 음식을 가져다줬고 A씨는 음식을 담은 그 접시를 비우고 또 다른 음식을 담아 되돌려주곤 했다. 꽤 잘 지내던 두 사람의 사이가 틈이 생기게 된 건 몇 달 전부터다.

B씨에게는 음악에 뜻을 둔 아들 C씨가 있었다. 작곡가가 꿈인 C씨는 가끔 음악을 크게 듣거나 피아노를 치며 실력을 확인하곤 했다. 문제는 그 피아노 소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때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소음은 대개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기 마련이다. 즉 옆집보다 위, 아랫집에서 그 소음을 가장 잘 느낀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윗집에 사는 A씨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참다 참다 결국 B씨에 한마디를 하게 됐다. 이후 두 집에는 미묘한 거리가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새로 산 다리 안마기를 시험하게 됐다.

바닥에 안마기를 두고 다리를 얹어 작동시켰더니 큰 진동이 일었다. 그렇게 며칠을 작동시켰고 진동 소리에 급기야 B씨가 올라와 “무슨 소리냐”며 물었다. A씨와 B씨의 언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신네 아들은 허구한 날 피아노를 치지 않았느냐, 그럼 이사를 가라”, “뭘 얼마나 시끄럽게 했다고 그러냐”며 서로 고성이 오갔다.

그간 쌓여있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둘은 불편한 사이가 돼버렸다. 이후 한 달가량이 흘렀고 A씨는 씁쓸한 광경을 보게 됐다. 이삿짐센터에서 온 인력들이 B씨의 집에서 짐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뭇머뭇 쳐다보고 있는 A씨에게 B씨가 지나가다 말했다. “그동안 미안했어요. 옆 동네로 이사가게 됐어요. 가면 방음시설을 좀 하려고요” A씨는 한 대 맞은 것 마냥 멍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너무 심하게 굴었나 싶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갈등이 심화 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단다. 쉽지는 않겠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 상대방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점잖은 사람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