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의약품 광고
[기고 칼럼]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의약품 광고
  • 신아일보
  • 승인 2020.03.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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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134년 한국 광고의 역사 속에서 의약품 광고는 1896년 11월 7일자 독립신문에 금계랍(말라리아 치료제)광고가 실리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124년이 지난 지금 의약품은 의료기기와 함께 광고의 사전심의가 의무화된 유이한 산업 분야로 지난 해 30주년을 맞이했다. 

의약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보전달 과정에서의 높은 윤리의식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또 제약 산업계는 사회로부터 소비자의 삶속에 깊이 자리매김한 ‘약’이 가진 신뢰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매체를 소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트랜스미디어는 ‘초월’을 의미하는 트랜스(Trans)와 ‘매체’를 의미하는 미디어(media)를 합성한 것이다. 트랜스미디어는 방송·신문·인터넷·모바일 등의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청자의 요구에 다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져 시청자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반면 생산된 정보의 신뢰성이나 전문성은 점차 희석되고 있는데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를 포함한 관련 업계는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는 대중이 TV, 신문, 잡지, 라디오, 옥외 등 명확하게 분류된 매체를 통해 ‘광고’를 제공 받았으나 지금은 어디까지가 정보이고 광고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콘텐츠’들이 매체를 넘나들며 소비자에게 도달하고 있다. 소비자가 매체 소비의 주체가 된 지금, 광고를 포함한 정보를 해석하는 관점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 과거 논란이 되기도 했던 PPL에 대해 지금은 콘텐츠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듯, 경험의 축적과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는 스스로 오인의 소지를 줄여나가며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를 필두로 한 온라인 광고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블로거와 유튜브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성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자체 SNS채널을 활용한 소비자 접점 넓히기에 대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2019년 의약품 광고심의에 접수된 매체별 현황을 보면 온라인광고가 전년대비 53%나 증가했다. 건수를 기준으로도 1417건에서 2180건으로 763건이나 증가하며 온라인 광고의 확장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학, 약학, 광고, 방송, 변호사, 소비자 단체, 제약산업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의약품 광고심의위원회는 매체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는 국민보건 저해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거짓정보의 위해성은 물론이고 심의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해 올바른 정보가 소비자에게 활발하게 전달되는 것을 제도가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반의약품을 비롯한 식품 등 관련 산업계에서는 ‘정보제공의 통합된 기준마련’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표현의 허용수위 등 기준이 상이하다면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왜곡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산업군의 광고 표현 수위를 일방적으로 조정하기 보다는 발생할 수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관계 당국, 심의기관 간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의약품 광고심의제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법은 과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산업계가 자정노력을 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했던 것처럼 미디어 환경과 광고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 나가야겠다. 규정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되, 사고는 열려있어야 하는 조직이 되는 것은 의약품 광고심의위원회가 가진 소명이다.

셀프메디케이션 시장의 확대는 자명하다. 그 속에서 일반의약품의 역할도 분명하다. 이제는 소비자가 밀려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대가 아닌 스스로 정보를 만들고 끌어당기는 시대이다. 진짜 정보가 주는 신뢰도가 광고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될 것이다.

기업은 언제나 소비자와의 접점에 갈증을 느끼고 있고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때 심의위원회와 제약 산업계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의약품 광고는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산업이 과거 의약품 자정노력에서도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이자 ‘의약품’이라는 단어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지켜나가는 방법이다. 광고를 ‘잘 말해진 진실’이라고 정의했던 어느 광고인의 혜안이 의약품을 광고하는 ‘우리’에게 더욱 와 닿는다.

/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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