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연차, 600만달러 진실게임
노무현-박연차, 600만달러 진실게임
  • 김두평 기자
  • 승인 2009.04.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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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박 회장 진술에 기대…옳고 그름 가려내야
최종 목적지는 노 전 대통령 연관성 찾는데 주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하면서 600만달러의 명목과 사용처를 놓고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1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7년 6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100만달러 등 한화 13억여원을,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달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이 돈의 최종 목적지가 노 전 대통령일 것으로 보고, 연관성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의 경우 권 여사가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받은 돈이고 500만달러는 박 회장이 연씨에게 ‘투자 목적’으로 전달했을 분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돈을 주고 받을 당시에는 몰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그간 수차례 박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 처럼 “노 전 대통령의 몫으로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을 수사하면서 박 회장의 진술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때문이다.

반면 “빚을 갚는데 썼다”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진술은 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신빙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시에는 몰랐다”는 취지로 게시한 사과·발표문의 신빙성도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600만달러의 명목과 용처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의 ‘입’과 박 회장의 ‘입’이 충돌하는 양상이 됐다.

하지만 이 진실공방을 중간에서 지켜보며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30일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과테말라 IOC 총회 출장 중 미국 시애틀에 들려 건호씨에게 이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건호씨의 경호를 맡았던 경호원과 미국 주재 한국총영사로 근무했던 권찬호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또한 연씨 측이 줄곧 주장해 온 대로 500만달러 중 300만여달러는 연씨가 설립한 투자회사를 통해 건호씨가 대주주로 있는 버진아일랜드의 또 다른 투자회사에 건너간 사실만 확인했을 뿐 여전히 주인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살펴볼 때 현재로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박 회장의 진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권 여사와 연씨의 돈거래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입증해 내지 못할 경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더욱 멀어진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당시 통화내역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건호씨의 금융계좌 내역을 확보했지만 1년치 뿐이고, 국내 계좌와의 입출금 기록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100만달러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권 여사가 밝히지 않았고, 확인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의욕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

물론 검찰이 연씨와 건호씨를 이날 다시 불러 500만달러의 명목과 용처를 조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연씨와 정 전 비서관만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연씨는 박 회장과의 외환 거래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정 전 비서관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500만달러가 어떻게 운용됐고 어떤 식으로 사용됐는지, 사용처와 출처 등을 면밀히 보고 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권양숙 여사가 단순한 참고인이냐’는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의 질문에 “조사 당시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지만 경우에 따라 신분을 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