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다양성 보장?… 줄세우기·꼼수 전락한 '비례대표제'
[이슈분석] 다양성 보장?… 줄세우기·꼼수 전락한 '비례대표제'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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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제명' 비례대표 8명, 법원 판결로 민생당 강제 회귀해야
비례제, 박정희 정권 시절 도입… 5·16 동참 군인 위해 만들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입당 환영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의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삼화 의원, 황 대표, 신용현 의원, 김수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입당 환영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의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삼화 의원, 황 대표, 신용현 의원, 김수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시절 이른바 '셀프 제명'을 통해 다른 당으로 떠났던 비례대표 국회의원 8명이 민생당으로 회귀할 처지에 놓였다. 당초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권력의 '줄세우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꼼수까지 이어지면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생당은 전신 바른미래를 떠나 미래통합당·국민의당으로 갔던 비례대표 의원 8명이 돌아오면서 오는 30일 약 90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전날 김삼화·김중로·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상돈·이태규·임재훈 의원을 상대로 바른미래가 제출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들은 바른미래 시절 자신에 대한 제명 결의에 직접 참여해 탈당한 후 다른 정당으로 흩어졌다. 현행 공직선거법 52조 1항 6호는 비례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고 규정한다. 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뒤 당적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이들은 본안 사건 판결 전까지 민생당 소속으로 있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17일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후 처음 열린 1963년 6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회고록에 따르면 비례대표제는 5·16 군사정변에 동참한 일부 이북 출신 군인을 위한 성격이 컸다.

한국은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정당 역사가 매우 짧다. 정당 신뢰도가 낮은 이유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제는 명목은 정치 신인을 등용한다는 것이지만, 결국 계파별 지도부에게 줄 선 사람이 낙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소속으로 출마한 양정례 후보의 어머니가 서청원·김노식 의원에게 공천헌금 17억원을 상납했고, 양 후보는 비례대표 1순위를 받았다. 국회에 입성했지만, 이후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또 지난 20대 총선에선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인을 비례대표 2번에 '셀프 공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14번으로 옮겼다.

비례대표제 도입의 최대 목적은 정치의 다양성 보장이지만, 꼼수만 난립하는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올라온 '비례대표제 폐지' 요구만 해도 30건에 달한다. 또 청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비례대표제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바른미래와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합당으로 출범한 민생당은 원내 3당이지만, 의석 수가 18명에 불과해 일부 무소속 의원과 함께 공동교섭단체 '민주통합의원모임'을 꾸려 원내 활동을 해왔다. 다만 법원의 판결로 당을 떠난 8명이 억지로 들어오게 되면서 교섭단체 지위를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선거보조금도 30억원에서 60억원가량 더 받을 전망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