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다 쓴 한은"…'핀셋' 재정정책 필요
"총알 다 쓴 한은"…'핀셋' 재정정책 필요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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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여력 한계…정부 적극적 뒷받침 '핵심'
추경 비롯 4·5차 재정 대책 취약계층 中心 돼야
소득세·법인세 면제 등 조세 지원 방안도 고민해야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컷 인하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최초 0%대에 진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실효하한선이 가변적이라고 했지만, 통화정책 여력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이제 남은 것은 재정 지원뿐이라며 추경을 비롯한 자금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도록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0.75%로 조정하고 17일부터 인하된 기준금리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한은에 공조 신호를 보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5%p 대폭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강력한 통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은이 0%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선이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했지만, 학계와 시장에서는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사실상 제로금리에 갈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미 통화정책 여력은 한계에 달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실탄을 다 써버린 한은의 몫까지 재정 정책으로 뒷받침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추경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수 있는 4·5차 재정 대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정책은 크게 조세 감면과 재정 지출 두 가지가 있는데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며 "부동산에서 핀셋 규제를 하듯이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먼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용직 근로자와 같은 1분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정이 투입이 돼야 하고, 영업이익이나 신용등급이 갑자기 하락한 기업이나 데스밸리에 다다른 기업들, 구조조정이 됐어야 할 기업들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인호 KDI 한국개발연구원 부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하방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 볼 수 있다"며 "한 면에서는 하방 압력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 다른 한 면에서는 추경을 통한 재정 정책으로 대출금리나 금융지원, 직접적 재정지원 등을 예상할 수 있다"고 앞으로의 재정 정책에 대해 분석했다.

송 부장은 "대출금리 인하는 기준금리 인하로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고, 대출이자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부분은 추경 예산과 관련이 있다"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자영업자라든지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을 넘어서는 4·5차 대책이 나온다면 조세 지원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세금 감면에 대해서는 더욱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는 근로자 비율이 47% 정도라고 얘기를 하는데 진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적을 수 있다"며 "지원이 필요한 근로자들은 소득이 적어서 이미 세금을 안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안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결국 즉시성이 떨어져서 보편적으로 주자는 것"이라며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면서 그런 취약계층에 대한 수치는 어림잡아서라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텐데 그런 1분위에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조세 지원이 될 수 있다"며 "자영업자 영업 이익에 대한 소득세 면제나 일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세 면제, 법인세나 지방 각종 세금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더 필요하다면 중소기업 이상 대기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임금효과를 위해서 근로소득세를 일부 감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조세 지원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