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황 대표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선대위원장 영입을 추진해왔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한다.
김 전 대표가 통합당 일부 공천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이에 반발하는 의미를 담아 지난 13일 전격 사퇴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김종인 카드'는 초반부터 당내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노골적으로 '또 김종인', '언제적 김종인' 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실제 김 전 대표 스스로도 "내가 지금 80살을 먹었다. 지금 또다시 정치판에 뛰어들어 누구를 도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두번 다 실망만 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다"(2월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며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뒀었다. 통합당의 선대위원장 수락은 사실상 '말바꾸기'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19대 총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또 2016년엔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선거의 남신'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했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이당 저당 옮겨다녀 결과적으로 '선거의 남신'이 된 것일 뿐'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당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카드를 놓지 못했던 것은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황 대표로서는 이번 총선 결과가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당은 이미 통합당보다 한달여나 앞서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시점 아닌가.
그동안 통합당은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는 커녕 공천 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황 대표로서는 선대위 체제가 급하기도 했고, 이로 인한 분위기 쇄신도 필요했을터.
정치권 일각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황 대표가 왜 최선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까. 통합당에는 인물이 그렇게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