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확산 ‘폭발적’… 확진자 이틀새 1000명 증가 
미국 코로나19 확산 ‘폭발적’… 확진자 이틀새 1000명 증가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3.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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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 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미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하루 수십 명씩 나오던 확진자가 수백 명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이틀 만에 확진자가 1000명가량이 증가하면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6일 연합뉴스는 15일(현지시간) CNN 방송이 “이날 오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를 3100명으로 집계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지난달까지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몇 명 나오지 않으면서 세계 최고 방역 국가라는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안전한 나라로 꼽히고 있는 만큼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가 곧 진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코로나19가 역으로 거침없이 확산해 확진자 3000명을 넘기면서 현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 됐다. 문제는 더디게 나왔던 일일 확진자 발생 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21일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확진자가 1000명이 되는 데는 약 50일이 걸렸다. 여기에 다시 1000명이 늘어나는 데는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이틀 만에 1000명이 더 늘었다. 1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준다. 미국 내 확진자 3100명 중 사망자는 62명이다. 사망자는 워싱턴주에서 40명, 캘리포니아주에서 5명, 플로리다주에서 4명, 뉴욕주에서 3명, 루이지애나와 뉴저지주에서 2명, 콜로라도·조지자·캔자스·오리건·사우스다코타·버지니아주에서 1명씩 나왔다. 사망자도 하루 5명 안팎으로 계속 나오는 양상이다. 

미국 전체 50개주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미 행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8주가 중요하다며 이 기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피력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미국의 위험은 낮다며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감염자가 늘면서 대규모 확산 우려가 커짐에 따라 비상시국을 선포하는 등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현재 미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한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 등 유명 테마파크와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줄줄이 문을 닫았고 미국 프로농구와 골프, 축구 경기도 중단됐다. 교회, 성당은 모두 예배를 취소했고 워싱턴D.C.의 모든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은 휴관에 들어갔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야말로 일상이 거의 마비가 됐다. 

미국 시민의 일상은 마비됐으나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국가 차원에서는 재난기금이 지원될 수 있게 됐다.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400억달러가 넘는 재난기금을 활용해 주 정부 등 지방정부에 검사, 의료시설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또 병원이 원격진료나 병원 체류 제한, 주 의료면허 등 환자 치료에 최대한의 유연성을 갖도록 연방 규제와 법률에 대한 면제를 줄 비상 권한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코로나19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된 것이다. 선포한 지 이제 이틀 남짓 지난 시점이므로 아직 뚜렷한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대통령이 코로나19 차단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는 만큼 수일 내 괄목할 만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넘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ID) 소장은 이날 ABC 방송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의 일상 생활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략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거론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은 매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가 봉쇄와 같은 조치를 언급했다. 지난 11일 미국만큼 피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4월3일까지 3주가량 나라 전체를 봉쇄하는 안이 명령됐다. 미국도 이와 같은 조치로 코로나19를 완전 저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