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로금리 단행…한은, 기준금리 0.5%p 빅컷 가능성↑
미국, 제로금리 단행…한은, 기준금리 0.5%p 빅컷 가능성↑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16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연준 이달에만 두 차례 걸쳐 총 1.5%p 내려
이번 주 가능한 빠른 시점에 금통위 열릴 전망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발언 중이다. (사진=한국은행)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발언 중이다. (사진=한국은행)

미 연준이 이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p 내리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가 제로금리까지 대폭 떨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 금통위가 통상적인 인하 폭인 0.25%p를 넘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0.5%p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통위가 0.5%p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한은 기준금리는 1.25%에서 사상 최저인 0.75%로 낮아진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p 인하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코로나19가 커뮤니티를 훼손하고,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의 경제적 활동에 피해를 줬다"며 "글로벌 금융 여건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일(현지 시각)에도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바 있다. 이달에만 총 1.5%p를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한은은 지난 13일 미국 등 주요국 주가 급락으로 인한 국내 금융 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임시 금통위 개최와 관련해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암시했다.

같은 날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제·금융 상황 특별점검회의에 이례적으로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참석한 것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추경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17일로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금통위 임시회의 개최는 17~18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는 당장 오늘이라도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일 0.5%p 빅컷 인하에 이어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인 1%를 인하한 미 연준의 결정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임시 금통위가 열릴 경우, 한은도 기존 0.25%p씩 내렸던 기준금리를 그 이상으로 인하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2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선이 0.5~0.7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0.75%p까지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원래 임시 금통위까지 열어서 낮추는 게 맞냐는 스탠스였지만, 오늘 연준을 비롯해 지난 주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 주요국들이 내릴 수 있는 여력까지 다 내린 상황"이라며 "한국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단계에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윤 연구원은 "제가 추정하는 (한국의 기준금리)실효한도는 0.7% 수준인데, 한은이 이번에 0.5%p 인하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에 인하를 안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0.75%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미 연준이 금리인하 폭을 크게 가져가면서 우리나라도 0.5%p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한 번에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통화 정책의 효력이 늦게 나타나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실효하한선까지 대폭 인하하는 데 대해서는 한은이 보수적인 기조를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윤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3조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썼고 주요국들도 조 달러 가까운 돈을 썼는데 지금은 그런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눈에 보이는 피해 규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불안감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한국같은 경우 금리인하에 대한 실효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고 금리인하를 하면 효과가 3~6개월 후에 나타나는데, 그때 코로나 영향이 얼마나 진정돼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통화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