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중단 대비하는 '휴지보험' 외면…비용 절충점 찾기 어려워
조업중단 대비하는 '휴지보험' 외면…비용 절충점 찾기 어려워
  • 김현진 기자
  • 승인 2020.03.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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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법인 66만개 중 계약 수 1458건으로 0.01%도 안 돼
보험사·기업 모두 부담…정부 차원 가입 유도방안 찾아야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시청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 한 건물이 코로나19로 인해 입구를 폐쇄했다. (사진=김현진 기자)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시청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 한 건물이 코로나19로 인해 입구를 폐쇄했다. (사진=김현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들의 조업중단 리스크가 커지자 이런 상황에 대비한 보험상품 '기업휴지보험'이 새롭게 주목받는다. 그러나 기업휴지보험은 보험료 산정 어려움과 비용 지출 부담으로 상품 공급자인 보험사와 소비자인 기업 모두에게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국내 법인기업 수 대비 휴지보험 계약 건수는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신종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출현으로 각종 재난과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가입 유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보험연구원이 공개한 '기업의 조업중단리스크 보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기업휴지(休止)보험 계약건수는 1458건이다.

통상적으로 기업휴지보험은 △사업장 내 직접적인 물적 손해 △담보위험에 의한 손해 △조업중단 결과 발생한 손해 △수익상실 발생 등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강제폐쇄명령과 공급망·구매 중단 등에 따른 기업의 조업중단 손해가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기업휴지보험이 활성화되지 않아 기업들의 보장 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8년 우리나라 활동 기업이 625만개고 이 중 법인기업이 66만개에 달하는 가운데, 휴지보험 계약건수가 1500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수치는 보험 공백 정도를 잘 보여준다.

일반손해보험 내 기업성보험 계약건수 및 원수보험료(단위: 천건, 억원). (자료=보험연구원)
일반손해보험 내 기업성보험 계약건수 및 원수보험료(단위: 천건, 억원). (자료=보험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휴지보험 비활성화 이유로 보험사 입장에서의 상품 운용 어려움과 소비자 입장의 높은 보험료 등을 꼽았다.

먼저, 휴지보험을 포함한 기업보험은 계약별로 위험이 동질적이지 않다. 사고 발생 빈도는 낮지만 사고 발생 시 손해 규모가 크고, 기업마다 위험요인과 보장수요가 다양해 일률적 상품 운용에 한계가 있다. 기업휴지보험도 동질의 위험집단이 구성되지 않아 보험사 입장에선 통계에 기반한 보험료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이 느끼는 보험료 부담도 크다. 보험사가 기업휴지손해에 대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고 위험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물건별 다양한 위험요소를 정확히 평가해서 손해 발생 위험에 맞는 보험료를 산출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가 직접 기업의 위험을 조사·평가하지 않고는 요율을 산출할 수 없어 상품공급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반대로 기업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예상하는 위험 정도에 비해 보험료가 너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운전자금 돌리는 것도 빡빡한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한 보험상품에 가입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보험가입에 대한 부담이 덜 하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있어 가입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휴지보험은 대부분 대기업 위주로 가입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규모가 크다 보니 리스크관리에 있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규모 등이 작다보니 보험료도 부담될 수 있어 가입까지 이어지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기업휴지리스크에 대한 보장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가입유도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 연구위원은 "유형자산의 손해에 대비한 재물보험 가입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로, 화재 등으로 사업장 내 물적 손해 발생 시 조업중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휴지보험을 통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적어도 물적 손해를 동반한 휴지손해에 대해서는 기업 스스로 보험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