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마스크 안 썼다고 죄인 취급” 과한 기피 지양해야
[e-런저런] “마스크 안 썼다고 죄인 취급” 과한 기피 지양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0.03.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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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 썼더니 아주 죄인 취급하는 거 같더라니깐!” 최근 지방 방문을 위해 KTX를 타러 서울역으로 향한 A씨는 이같이 성토했다.

깜빡하고 마스크를 잊고 집에서 나와 서울역행 지하철을 탔는데 전철 내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따가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사러 돌아다닌 그는 마스크 대란을 실감하며 어렵사리 3000원짜리 하나를 살 수 있었다.

그는 “이거 하나 있다기에 그냥 샀는데 너무 작고 압박돼서 숨도 못 쉬겠다”며 농을 던지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마스크 좀 안 썼다고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냐”며 재차 상기했다.

최근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마트에 간 B씨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잠깐 드라이브만 하려 마스크를 안 쓰고 나갔다가 귀가 중 마트에 잠깐 들른 것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보니 마트 내 사람들이 눈치를 주는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카트를 끌고 오다가도 자신과 마주하게 되면 급하게 카트 방향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영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C씨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민망한 장면을 목격했다. 피부색이 다른 한 외국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봉을 잡고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외국인과 되도록 가까이 있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고자 하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비롯된 기피 현상이다. 기피 현상은 이런 경우 외에도 하루 수차례 목격된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다. 다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착용하는 게 매너라고 볼 수 있겠다. 여하튼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건 타인으로 하여금 불안을 갖도록 하기에 일련의 지적을 당할만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런 생각도 든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그렇게 눈치를 줘야 하는지 말이다. 사람은 각자 개인 사정과 상황에 따라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해서, 쓸 환경이 되지 않아서, 굳이 마스크 쓸 필요성을 못 느껴서 착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발병되기 전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심지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에게 “무슨 마스크를 그렇게 쓰고 다니냐”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마스크를 쓰면 쓴다고 안 쓰면 안 쓴다고 꼬집는 게 썩 마뜩지는 않은 기분이다.

사실 스스로 마스크를 잘 챙겨 쓰면 문제 발생의 소지는 최소화된다. 타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경계부터 하는 자세는 지양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