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1대 국회, 구태정치 청산은 글렀다
[기자수첩] 21대 국회, 구태정치 청산은 글렀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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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지난 13일 김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에는 일부 후보자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심사 결과에 대한 반발과 사천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 중심에는 또 한 번의 국회 입성을 노리는 기득권의 불복과 비난이 상당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번 공천 과정에서 '사천'은 필요했다. 특히 20대 국회의 4년간 법안 처리율이 평균 28%에 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배제'는 강도가 높아야 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12일 황교안 대표 앞에 1차적으로 굴복했다. 황 대표와 통합당 지도부는 앞서 이날 오전 공관위를 향해 전국 6개 지역구 공천 재심의를 요구했다. 공천 전권을 공관위에 넘겨주더니, 공천 결과를 두고 당내 반발과 불복이 잇따르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당초 단수후보 추천했던 2개 지역을 경선 지역으로 바꾼다고 기존 결정을 뒤집었고, 다음날엔 결국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인적쇄신'과 '보수개혁'의 꿈을 접은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제 사직으로 통합당이 보수의 중심가치를 잘 지켜나가고 더욱 단합해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크길 바란다"며 포기의 뜻을 전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진정한 인적쇄신을 위해, 그리고 기득권의 구태정치를 청산하기 위해선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존중했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통합당의 가장 큰 과제는 TK(대구·경북)과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쇄신이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현역 의원 3분의 1을 교체하는 대규모 물갈이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 출신 김 위원장을 불렀고, 실제 20명 넘는 중진과 현역이 '불출마 선언'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았다.

쇄신을 위해선 아픔도 감당해야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 대통령 선거 주자급 인사를 잃는 타격도 입었지만, 쇄신을 위해선 '컷오프'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특히 황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 결정은 기득권 정치를 흔드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다음 대선주자로 가장 선망 받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하면서 통합당 입장에선 가장 큰 험지로 꼽혔다. 하지만 황 대표가 종로를 선택하면서 다른 이들의 행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공관위에 대한 황 대표의 훈수와 김 위원장의 사퇴, 결국 공관위의 굴복으로 끝난 이번 사태로 보수권은 또다시 구태정치 부활의 불을 지폈다.

bigsta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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