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풍향계⑦-경북] 친황 vs 친이·친박… 기로 선 보수
[총선풍향계⑦-경북] 친황 vs 친이·친박… 기로 선 보수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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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한국전쟁 이후 보수성향… 박정희 집권 후 뚜렷
'컷오프' 친이·친박계, 친황계와 갈등… 출당 출마 러시
지난해 5월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결정도 더욱 단호해지고 있다.

거대 보수 미래통합당은 13일 기준 현역 의원 118명 중 40%를 물갈이했다. 유권자 수요엔 부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현역 교체율이 23.8%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배가량 성과를 냈다.

특히 보수 텃밭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지역 물갈이는 통합당이 '읍참마속'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역 새 인물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 현역 교체율이 높은 이유… '기대 부족'

경상북도 내 선거구는 전체 13곳이다. 최경환 의원과 이완영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무주공산인 2곳을 제외하면 모두 통합당 지역이다.

앞서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광림·장석춘·최교일 의원을 제외,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재까지 결정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공천) 심사 결과를 보면 김재원·강석호·백승주·김석기·박명재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김정재 의원에 대해선 경선을 결정했다. 단수추천 받은 인사는 송언석·이만희 의원 둘뿐이다. 대거 물갈이를 단행했다고 볼 수 있다. 불출마 인사를 포함하면 이번 총선에서 현역 80%를 교체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물갈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안의 본질이 다른 데 있다고 본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선 현역 교체율이 높게 나타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텃밭 지역 의원이 유권자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편안하게 의회정치 활동을 했다는 질책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정치적 이념의 본진이 아닌 지역에서의 현역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도 분석한다. 중앙당 지도부나 공관위가 함부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닌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북, 보수 텃밭 아닌 朴家 텃밭?

영남이 보수의 심장이란 이유에서인지 경북에서도 중진 의원이 여럿 나왔다. 김재원·김광림·강석호 의원과 최경환 전 의원 등이다. 특히 강 의원을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친박근혜 계열이란 공통점이 있다.

경북은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끝난 후 처음 열린 1954년 3대 총선부터 보수 성향을 보였다. 경북의 정당 계보를 살펴보면 자유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진다. 모두 보수 정당이다. 경북은 자유당 시절 1960년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으로 민주당이 잠시 석권했던 것을 제외하면 보수세가 상당했다.

보수 성향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때는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박정희 정권이 집권한 이후인 1963년 6대 총선부터다. 특히 경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를 포함하고 있다. 경북은 이 때부터 공고한 보수 진영으로 자리잡았다.

무조건 보수인 경북에서도 이변은 있다. 2004년 18대 총선에선 당시 15개 지역구 중 5개 지역이나 무소속에게 내주었고, 1곳은 친박연대를 선택했다. 당시 총선은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로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 최대 200석까지 내다보는 압승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친박 공천 학살 역풍으로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153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넘긴 바 있다. 어찌보면 경북은 보수 텃밭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이어지는 친박 텃밭이라 볼 수도 있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黃 집권 후 李·朴계 뒷방으로… 새 국면 맞은 경북

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경북에선 또다른 무소속 출마 러시(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이 황교안 대표 체제로 접어든 후 공천 결과에 반발한 일부 친이명박계와 친박계 인사의 출당 출마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북 안동·예천 지역구에선 김형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부원장이 단수공천을 받자 권택기 전 한나라당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권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후 비서실 정무기획2팀장을 맡은 바 있다.

또다른 친이계 정종복 전 한나라당 의원도 경북 경주 공천에서 컷오프된 후 무소속 출마를 밝혔다. 이곳은 김원길 통합당 중앙위원회 서민경제분과위원장과 박병훈 전 경북도의회 운영위원장이 경선을 앞두고 있다. 같은 곳에서 컷오프된 친박계 김석기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26일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6일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