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통합당이 김 위원장 사퇴 후폭풍을 수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남병 김미균 후보에 대한 추천을 철회한다"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발표했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전날 강남병에 공천됐으나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명절선물에 '감사하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실이 드러나는 등 '정체성 논란'을 빚어 통합당 총선 후보로서의 적합성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강남병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 논란을 직접적인 사퇴 배경으로 들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 공천 재의 요구와 일부 낙천자의 공천 반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태영호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 공천에 대한 비판, '사천'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들이 당과 나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주셨는데, 제가 국민의 뜻을 다 받들지 못하고 거둬들이지도 못했다. 판단의 실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제 사직으로 통합당이 보수의 중심가치를 잘 지켜나가고 더욱 단합해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크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김 위원장은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유권자의 취향과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김 대표처럼 원석 같은 존재를 어렵게 (발굴해 공천)했는데 부득이 철회하게 됐다"며 "그것은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 생각해서 내가 사직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컷오프(공천배제)' 당사자의 반발과 사천 논란 등에 대해선 "힘들게 영입하면 사천이라 하고 경륜 있는 분을 추천하면 돌려막기 구태냐고 하는 식인데, 그렇게 얘기하는 부분은 극소수라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공관위원 모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사퇴가 더 큰 잡음을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모든 책임을 김형오가 안고 간다"고 말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사퇴 기자회견이) 끝나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로 통합당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 맡아 운영한다.
한편 공관위가 강남병 공천 철회를 발표하기 직전 김 대표는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SNS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문빠'(문 대통령 지지자)가 됐더라.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기업인으로 정치적인 고려를 한 것이지 누군가를 강하게 지지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리라 생각하지 않았고, 기업가로서 (문 대통령의) 선물이 신기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저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위 의혹 사태를) 겪으면서 크게 실망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적 방향이 부족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강남병 출마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직후 공천 철회가 발표되면서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