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키코라는 첫 단추 잘 꿰야
[기자수첩] 키코라는 첫 단추 잘 꿰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12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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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는 한정돼 있어서 끊임없이 공론화되고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단발적이고 일시적으로 생산되는 이슈를 제외하면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문제가 돌고 돌아 재조명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문제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 관련된 이슈가 재생산되면 다시금 시선이 쏠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묵은 문제일수록 피로도가 쌓이고 더 큰 지탄을 받게 된다.

키코 배상 문제도 오래된 이슈 중 하나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1년 만에 키코 사태에 대한 배상 권고안을 6개 은행에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은 금감원의 권고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은행 측은 소멸시효가 지난 문제에 대해 배상을 해주는 것은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과 배상을 신청하지 않은 145개 기업에 대한 배상금을 추가로 물어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국민 경제생활을 책임지는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피해를 외면한다는 사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시 법원에서 키코 판매를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더라도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황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상품판매 자체에 위험성이 없더라도 당시 환율이 급변하면서 경제가 무너졌고, 기업이 줄도산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은행들은 상품판매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제가 휘청이면서 가계부채가 폭등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던 국민적 어려움을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이 예상할 수 있었을까.

단지 상품 취급에 대한 위험성만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대목이라는 점을 금감원도 인식했기 때문에 11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은행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곪아서 터져 나올 뿐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키코 판매에 대한 배상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앞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더 떨어질 것이다.

키코 공대위 측은 이번 은행들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소송까지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더욱이 키코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금융권이 DLF와 라임 사태라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은행들은 키코 판매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