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밀키트 '쿡킷' 성공 자신…관건은 투자 환경
CJ, 밀키트 '쿡킷' 성공 자신…관건은 투자 환경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3.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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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시장 주도 위해 론칭…1년 넘게 메뉴 개발, 준비과정 '혹독'
경쟁 심화로 목표 매출 달성 속도 못 내…전용 센터 갈길 멀어
지난해 4월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론칭 기념행사에서 선보인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해 4월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론칭 기념행사에서 선보인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밀키트(Meal kit·식사키트) 브랜드 ‘쿡킷(COOKIT)’ 사업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자신 있게 쿡킷을 내놨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적고 경쟁은 심화돼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국내 최대 식품대기업인 만큼 밀키트 시장을 키우는 촉매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간의 성과와 사업추진 속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지난해 4월 국내 밀키트 시장에 쿡킷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쿡킷을 론칭하면서 비비고·햇반 등 간편식 메가브랜드의 R&D(연구개발) 노하우를 녹여 1년 넘게 메뉴 개발과 서비스에 힘썼고,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CJ제일제당은 쿡킷 만의 전용 소스 구현을 위해 논산공장에 소스라인도 구축했다. 자사 식품 전용 온라인 쇼핑몰 ‘CJ온마트’에 업계 처음으로 밀키트 전용관을 구축하고, 애플리케이션(앱)도 운영하기 시작하는 등 소비자 공략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에 쓰이는 식자재 공급은 CJ프레시웨이, 새벽배송은 CJ대한통운이 전담하는 등 모그룹 계열사의 인프라와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사업은 그룹 차원의 역량을 끌어 모은 사업으로 풀이된다.

김경연 CJ제일제당 상무는 쿡킷 론칭 행사 때 “밀키트 사업에 독보적인 식품 R&D 역량과 노하우, HMR 경쟁력, 계열사 시너지 등을 모두 결집했다”며 “올해(2019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앞으로 3년 내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올해 11월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하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이미지.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 이미지. (제공=CJ제일제당)

하지만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사업은 당초 목표했던 매출 100억원 달성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업계는 CJ제일제당이 밀키트 사업성과를 기대만큼 내지 못한 데 대해 관련시장의 경쟁 심화와 함께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꼽는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동원·한국야쿠르트 등 여러 식품기업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까지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된 측면이 있었고, 메뉴 면에서도 브랜드마다 거의 차이가 없다”며 “다수의 밀키트 브랜드가 아직 의미를 둘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 역시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조성을 완료했어야 할 쿡킷 밀키트 센터 역시 현재까지 검토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CJ제일제당의 유동성 악화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2017년부터 베트남 민닷푸드·브라질 셀렉타 등 해외 대형식품기업을 잇달아 인수했고, 쿡킷 론칭 직전인 지난해 2월에는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미국의 대형 냉동식품업체 ‘슈완스’까지 품었다.  

식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M&A(인수합병)를 진행해 유동성 확보가 어렵고, 관련 매출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밀키트 센터 투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밀키트 사업 매출과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시장 반응은 좋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출 규모는 밝히기 어렵고, 밀키트 센터 조성은 내부 검토 중인 단계”라면서 “쿡킷 온라인 플랫폼과 전용 앱을 통해 매일 2000건의 달하는 주문이 이뤄지고, 주 소비층인 3545세대를 중심으로 재구매율은 40%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쿡킷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과 앱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인지도 제고와 매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킹박스 또는 요리 레시피 박스로도 부르는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 조리법 등이 제공돼 가정에서도 간편하면서도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이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아직 초창기로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HMR 소비 증가와 온라인 식품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2023년까지 7000억원 규모의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