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수준 하회...시장 공포 확산에 증시 한때 폭락
각종 시장안정조치가 희망…직접 타격 예상 '시기상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시작된 글로벌 증시 패닉과 경기침체 우려가 국내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하 및 국내 공매도 제한 등 시장 안정책이 작동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0일 코스피지수의 현재 주가수익률(Trailing PBR)은 0.79배까지 하락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0.8배)을 밑돌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 유가증권 시장은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트레일링 PBR 0.8배는 우리가 경험했던 주가 바닥의 마지노선"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는 것과 별개로, 국내 시장은 이미 그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확산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고, 기업이익 추정치가 더욱 하향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 또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1900선을 바닥으로 향후 1900~2050선 박스권 등락이 예상되지만, 실제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신용 리스크가 확산될 경우 추가적으로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하향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뉴욕증시 폭락에 따른 국내 산업의 직접적 타격을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가 배럴당 30불대로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업체의 상반기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 우려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만큼, 추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코로나 확산에 대한 공포와 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감이 혼재된 상황이라, 두 요인 중 어느 쪽으로 힘이 쏠리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과 산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금리인하와 더불어 좀 더 강한 유동성 강화 조치를 진행했고, 그 외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가격 부담 완화와 함께 증시 급락세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정책을 보완하는 재정정책과 국내 공매도 제한책처럼 각종 시장 안정책도 제기되고 있어 이같은 걱정이 희망으로 바뀔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미국 뉴욕증시는 장중 주가가 급락하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3851.02를 기록했다.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5.81포인트(7.60%) 미끄러진 2746.5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주가가 급락하면서 1997년 이후 서킷브레이커가 처음으로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3대 지수 모두 이날 종가기준으로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에 비해 약 19%나 하락하면서 '약세장(베어 마켓)' 진입을 코앞에 뒀다. 최고가보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