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문가회의 없이 한·중 입국제한 결정… 아베 “정치적 판단”
日, 전문가회의 없이 한·중 입국제한 결정… 아베 “정치적 판단”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3.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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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도쿄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도쿄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문가회의를 생략하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한 것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한중 입국제한과 관련해 ‘전문가 회의에 상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판단은 총리의 지시인가’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아베 총리는 “한중 입국제한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했지만 이것은 물론 저만의 판단이 아니라 외무성 등과도 협의한 후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앞서 한국과 중국에 대해 일본 입국 시 비자면제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한 비자는 효력 정지하며 입국시 지정장소에서 14일 대기하는 등의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정부도 일본에 대해 똑같은 조치를 적용했다.

이런 조치는 원칙적으로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의 협의를 거친 후에 결정돼야 했다. 하지만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발표됐다. 이날 아베 총리가 한중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한 내용을 전문가 회의 논의에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힌 데 따라 사실상 그의 지시로 조치가 이뤄진 셈이 됐다.  

아베 총리는 또 한중 입국제한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선 한국에 대해서는 현재도 감염자가 급증하는 곳”이라며 “이미 대구시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입국제한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확대하는 중 전역에 대해 이미 발표한 것처럼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국제한 조치 대상 나라에 이탈리아를 포함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탈리아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필요가 있다면 우리도 주저 없이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중국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확진자는 7300명을 넘어선 한국과 비슷한 추이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 하루새 확진자,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탈리아도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중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지금이 중대 고비인 만큼 기동적인 미즈기와 대책을 단행해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즈기와 대책은 입국 관문인 공항이나 항만에서 강화한 검역을 통해 전염병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입국제한 조치가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은 조치 발표 시점에 국내 감염자가 6000명 이상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취한 조치”라며 “일한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