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에 재정 쏟아붓는데 '한은, 금리인하 뜸 들이기'
정부, 코로나19에 재정 쏟아붓는데 '한은, 금리인하 뜸 들이기'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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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7000억원 규모 쏟아부어 '경제 살리기' 총력
정부 정책 조화 고려하겠다지만…부작용 고심도
지난 4일 개최된 기준금리 인하 관련 긴급 간부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한국은행)
지난 4일 개최된 기준금리 인하 관련 긴급 간부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한국은행)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경제 불씨 살리기에 총력 대응 중인 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다는 기조를 보이며 통화 정책에 뜸을 들이는 모양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예전만큼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유동자금이 쏠리는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이 총재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0.5%p 대폭 인하(빅컷)에 대해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이와 같은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며 "정부정책과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인하 시점에 대한 의견은 나뉘지만 결국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확실시하는 상황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예상보다 국제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더 나빠질 거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라며 "더군다나 정부가 대규모 재정정책과 시장조치를 내놨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같이 해주는 게 맞다는 의견들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경제 불씨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내놓고, 기존 시행 중이던 4조원 규모를 포함해 약 20조원 규모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여기에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총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 예산안이 심의·의결됐다.

정부의 강력한 기조에 발 맞춰서 당장이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 뜸을 들이고 있다. 긴급 간부회의 주재 당시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단서를 단 것도 경기부양 목적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선에 다다르면 통화정책으로 물가 및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한은의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에 통화정책 여력을 아껴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와 소비 심리 상승 기대 효과가 예전만큼 크지 않은 최근의 금융시장 환경은 제쳐두더라도 가계부채 상승이나 부동산 정책의 불안전성이라는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 입장으로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께서 정부 정책과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지난달 기존의 금리동결 스탠스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실효하한선이 있다고 보는데, 시장과 학계는 이 기준을 0.5~0.75% 수준으로 본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2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0.25%씩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2~3번의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은도 이런 실효하한선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기준금리 외에도 단·장기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만약 기준금리가 시장이 말하는 실효하한선에 다다라 인하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RP(환매조건부채권)나 주식 매입 등 단기적인 방안을 비롯해 국내에서 아직 쓰이지 않지만 해외 중앙은행의 TLTRO(장기대출 프로그램) 등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