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다'를 멈춰 세운 위정자들
[기자수첩] '타다'를 멈춰 세운 위정자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3.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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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빌리티 서비스의 ‘혁신’을 표방하던 타다가 운행을 멈춘다. 앞서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타다는 지난 7일부터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타다어시스트’를 중단했고, ‘타다베이직’은 개정안 공포 1개월 후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개정안이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도권에 포함시키는 만큼, 사실상 ‘타다 허용법’이라는 입장이다. 타다가 플랫폼 업체로 등록한 뒤 시행령으로 정해질 택시 총량제한이나 기여금 납부 규정 등만 준수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타다를 정확히 겨냥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개정안을 통해 타다 주요 서비스로 사용되는 ‘11∼15인승 차량’을 빌릴 경우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사용 △공항·항만에서 대여·반납할 때만 운전자 알선을 허용토록 했다.

타다가 기여금을 낸다 해도 현재 서비스 방식은 불가능하다. 타다가 카카오처럼 택시면허를 매입하면 되지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기엔 힘들다. 정부가 택시업계와 대립각을 세운 타다의 대표 서비스를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에서 사실상 배제시킨 셈이다.

일각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표심에 치우쳤다는 시선을 보낸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타다 서비스 출범 초기 합법성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기여금 납부 등의 내용이 담긴 택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고, 국회에선 관련개정안의 발의가 추진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법원이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조율해온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은 지난해 12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국 택시기사 27만명과 이들의 가족을 합쳐 100만 표를 보유한 택시업계를 위정자들이 무시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서비스 초기 아무런 규제 없이 묵인했다가 위법이라는 이유로 칼날을 들이밀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입법미비로 착오가 있었다는 반성은 전혀 없다. 혁신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아랑곳 않는 모양새다.

타다 회원 수는 1700만명을 넘어선다. 단순 가입자도 있겠지만, 주위에 둘러보면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함께 타다를 애용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타다는 그간 서울에서만 서비스해왔다. 조용했던 1700만명의 타다 이용자들과 강경했던 100만 택시업계의 표심 대결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