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구(舊)시대적 '도시정비사업' 변화가 필요하다
[기고 칼럼] 구(舊)시대적 '도시정비사업' 변화가 필요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3.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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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수직적 개발이 주(主)가 되는 국내 정비사업 특성으로 인해 교통체증을 야기하고 일조권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토의 균형개발을 방해하고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도입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0년대 들어 정비사업으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정비법'은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1960~1980년대 절대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시기에는 정책적으로 주택공급정책을 펴나갔었다. 하지만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은 현 시점에서 굳이 양적 정책을 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도시정비법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도시정비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편파 일률적인 개발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구역에 지정된 이후 종(용도지역) 상향을 시켜주거나 과도한 용적률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 요건까지 법제화해둔 상태다. 

결국, 대한민국 대도시는 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 공화국으로 변모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솟아나면서 도시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으며 교통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입주권 등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용도지역이 상향되면 용적률이 완화돼 더욱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분양분도 늘어 조합원의 수익과 직결되므로 입주권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게 된다. 

또, 정비사업이 진척될수록 부동산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사업에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수익실현 시기가 가까워져 오기 때문이다. 

결국, 입주권 등 부동산 가격 상승분은 향후 일반 분양가에 전가되고 만다. 일반분양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껴안는 셈이다. 이곳에서 거주하던 원주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게다가 고분양가는 주변 집값까지 올리는 악순환 고리까지 만들기도 한다.  

과거 가까운 나라 일본 정비사업의 부작용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도쿄를 묶고 있던 강력한 부동산규제정책을 거의 무력화 시켰다. 정비사업의 규제도 완화했으며 콤팩트시티(압축도시)가 선진국형 도시계획의 모델이라고 내세우며 도시재생사업을 장려하기도 했다. 이런 정책이 '롯폰기 힐스' 개발사업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지역의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으며 부동산가격도 폭락하고 말았다. 과거 일본에서 명성을 떨치던 '다마신도시'와 '지바신도시'는 현재 유령도시가 됐다. 도쿄 중심의 개발로 인해 청장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대부분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적막함만 감돌고 있다. 현재 이곳의 아파트 가격은 고점 대비 반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작용을 이미 감지한 유럽 일부 국가들은 각종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 한 신문사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독일에서 1970년대에 지은 20층 안팎의 고층 아파트를 4~5층 규모 저층 빌라나 단독주택으로 다시 짓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낡은 고층 아파트를 처리하는 두 나라의 해법이 전혀 달랐으며 굉장히 흥미로웠다.

위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지금 당장 부작용이 심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눈앞의 이익과 편리함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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