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청소·택배관리·주차단속 등 못한다
아파트 경비원 청소·택배관리·주차단속 등 못한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3.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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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경찰 “해결 방안 모색, 해결책 논의 중”
아파트 경비원.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경비원. (사진=연합뉴스)

앞으로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청소나 택배관리, 주차단속 등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못할 전망이다.

9일 경찰·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말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발송, 올해 5월31일까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경찰이 다가오는 6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아파트 단지 청소, 주차단속, 택배)을 할 경우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단속할 수 있어 주택관리 업체들이 비상에 걸렸다. 

최근 일선 경찰서(충남·대전·인천 등)는 관할 아파트 단지에 이와 같은 계고를 내렸고, 주택관리 업체들은 경찰이 5월 말까지 계도 기간을 부여한 후에는 아파트 경비 운영이 ‘경비업법’을 위반하는지 경찰이 단속을 시작하겠다는 경고로 이를 인식하고 있다. 

계고 내용은 두 가지로 1)아파트 관리 대행업체가 경비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경비지도사를 선임해야 한다. 2)파견된 아파트 경비원에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는 은행·오피스 경비와 같이 시설경비원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경비업법상으로 아파트 경비는 업무 외에 다른 일(재활용 쓰레기장 관리, 택배 수령업무, 불법주차 단속 등)을 할 수 없지만 현재 경비 일만 하는 아파트 경비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이 공동주택 내의 잡다한 일을 모두 소화하고 있지만 아파트 경비원=퇴직 노령인구의 일터로 인식돼 온 것도 사실이다. 미래 설계가 확실치 않은 노령층에게 경비직은 든든한 일터이기도 하다.   

반면 주택관리 업계는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할 경우 고령 경비원은 자연스레 퇴출될 것이고, 경비원을 해고한 후에는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공동주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기존 경비원이 해 온 경비 업무 외 업무는 외부 용역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경찰청 해석대로, 원칙대로 하면 나이 많은 경비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고 젊은 경비를 들이거나 전자경비로 대신해 다른 일을 맡을 관리원을 채용할 경우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경비원 관리가 현행법(경비업법)위반이지만 지금까지 사회 현실을 감안, 개입을 보류해 왔다며 더는 법집행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1월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은 주택관리 업체가 아파트에 경비원 5명을 배치한 것과 관련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 판례로 더는 경찰이 아파트 경비업체에 대해 ‘경비업법’ 준수 요구를 미룰 수 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국토부도 현실을 감안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 경찰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기존 아파트에서 운영돼 온 경비원 업무처럼 시행하게 하려면 ‘경비업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6월 이후 일선 경찰이 실제 단속에 들어가면 주택시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경찰과)시간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하고 같이 해결책을 논의 중이다.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법원 판례(2018년11월) 때문에 아파트 경비에 대해 ‘경비업법’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려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바로 시행할 경우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유예한 것”이라며 “그 전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업무 외에 택배관리, 단지 청소, 재활용 쓰레기 관리 등 많은 업무에 시달릴 뿐 아니라 해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등 고용불안에도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열악한 환경 및 처우(저임금) 등과 함께 일부 주민들의 갑질(욕설, 폭언, 폭행 등)에도 시달려 이들의 사연이 종종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vietnam1@shinailbo.co.kr